류현진 MLB일기-7 2020시즌의 마지막 경기,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10월8일스포츠뉴스

2020-10-08 | 오후 07:08:52 | 현민이형이야 | 조회수 44
안녕하세요, 류현진입니다. 2020시즌 마지막 일기를 한국에서 쓰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귀국해서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올시즌 코로나19로 인해 호텔과 야구장만을 오가는 생활을 한 터라 지금의 자가격리 생활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시청하고, 저녁에는 KBO리그를 챙겨보는 전형적인 ‘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바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집이 없는 저로서는 한국으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원정지인 플로리다에 머물 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올시즌 임시 홈으로 사용한 뉴욕주 버펄로로 돌아갈 수도 없었으니까요. 일부에서는 ‘서둘러’ 귀국했다고 표현했는데 제 입장에서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래 시즌 마치고 귀국할 때 경유편을 이용해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애틀랜타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는데 정말 길고 긴 여정이더군요.

코로나19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시즌 개막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개인 훈련을 반복했을 때만 해도 언제 시즌이 시작되고 끝나나 싶었습니다. 7월 초 토론토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뒤늦게 서머캠프를 시작했지만 캐나다 정부가 정규시즌 토론토 홈구장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우리는 트리플A팀이 사용하는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필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죠.

집에서 출퇴근하지 못하는 선수단은 호텔에서 야구장만 오가는 생활을 받아들여만 했습니다. 다른 팀 선수들은 홈경기가 있을 때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근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홈, 원정 상관없이 시즌 내내 호텔과 야구장을 오간 터라 그 답답함, 단조로움, 외로움 등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괜찮다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시즌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조금은 힘들더라고요. 정규시즌 때는 외부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기도 했지만 정규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 시작 전후로 외부 음식 배달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뉴욕 양키스전에서 7이닝 100구를 던진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당시 경기 앞두고 이닝과 투구수를 미리 정하지 않았습니다. 여느 선발 등판처럼 준비했고, 경기 6회까지의 투구수가 85개밖에 안됐기 때문에 원래의 선발 투수처럼 7회에도 등판하게 된 겁니다. 더욱이 그 경기 후 3게임이 남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게 아닌 터라 7회 등판은 자연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경기 다음날 몬토요 감독이 제 몸 상태 관련해서 “약간의 통증이 있다”라고 표현한 것은 선발 투수가 등판 다음날 나타나는 일반적인 뭉침 현상입니다. 통증이 있는 건 전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와일드카드 시리즈 등판 순서에 대한 의문점도 풀어보겠습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둔 팀들은 정규시즌 종료 전에(물론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비한 선발투수들의 등판 스케줄을 조정합니다. 우리 팀은 이미 9월 중순에 와일드카드 시리즈 선발 투수의 순서를 정했습니다. 그걸 정해야 정규시즌 막판 등판 일정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팀에서 저를 2차전에 세운 건 불펜 투수들 때문입니다. 당시만 해도 선발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저였기 때문에 제가 1차전에 나서면 2,3차전에 불펜 투수들한테 과부하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2차전에 등판하면 불펜투수들이 1,3차전으로 나뉘게 돼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제가 2차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팀의 플랜은 헝클어지고 말았습니다.

탬파베이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 2차전은 제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경기 후 여러 차례 곱씹어봤지만 제가 못한 것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아니 더 절실한 마음을 갖고 준비했음에도 그날 탬파베이 타선은 제 공에 자신감을 나타냈고, 그 결과 조기 강판되고 말았습니다.온라인홀덤

속이 쓰렸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2차전에 내보낸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유종의 미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바람에 우리 팀의 ‘가을야구’는 플로리다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일찍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한 것도 처음이고, 10월 초에 귀국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쉬움,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지만 지금의 경험들이 언젠가는 우리 팀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분위기를 타는 경향이 많은데 그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주 격리 잘하고, 이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운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올시즌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겨울 동안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릴 것을 약속하며 2020시즌 일기를 마무리합니다. 올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또 저한테 많은 응원과 관심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류현진선수 올시즌 고생많으셨고 ㅎㅎ

내년시즌에도 잘했으면좋겠습니다

교민여러분 오늘하루도 즐거운하루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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