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⑭] 트란 안 훙式, 여자의 일생 '그린 파파야 향기'

[2013-02-19, 23:43:22] 상하이저널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番木瓜, The Scent Of Green Papaya)’

 장르: 멜로/1994/104분/프랑스/12세 관람가
감독: 트란 안 훙
출연: 트란 누 엔케(20살의 무이 역할), 만상루(10살의 무이 역할)

베트남의 섬세한 여성 영화, 트란 안 훙 감독이 말하는 '여자의 일생'

1950년대. 부유해 보이는 가정집에 열 살 박이 시골 소녀 무이가 하녀로 들어간다. 무이는 늙은 하녀와 주인마님의 따뜻함 속에 낯선 도시 생활을 시작한다. 무이가 사는 집엔 악기 연주만 낙으로 삼는 무책임한 가장과 죽는 날만 기다리는 할머니 그리고 주인마님의 세 아들이 살고 있다. 여러 번 가출 경험이 있는 주인마님의 남편은 주인마님이 옷가게를 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또 다시 가출을 한다. 주인마님은 무능한 가장이 무책임한 일을 벌이고는 집에 돌아오지 않자 스스로 집안을 이끌어간다.

무능한 가장은 폐인이 되어 집에 돌아오나 몸이 너무 상해 주인마님의 혼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망한다. 무이는 주인마님을 돌보고, 주인마님은 무이를 어려서 죽은 딸과 동일시한다. 딸처럼 생각하던 무이를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다른 집으로 보내야 한다. 주인마님은 결국 무이를 쿠엔의 집으로 보낸다. 작곡을 하는 쿠엔은 지금까지 살았던 무이의 마님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현대적이며 자신의 선택에 두려움이 없다. 쿠엔의 모습은 과거와 대조되게 변화하는 사이공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애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부유한 약혼녀가 아닌 고요하고 아름다운 판타지속의 베트남인 무이에게 다가간다.


베트남의 과거를 보여주는 10살의 무이와 주인마님의 삶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였던 영화 ‘그린 파파야 항기’도 뒤집어 보면 판타지에 의해 ‘재구성된’ 베트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부러 베트남 전쟁을 피해 시대적 배경을 1950년대로 설정해 놓았다. 전쟁의 비참함 대신에 때 묻지 않은 베트남의 자연과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린 파파야 향기’는 베트남의 아름답고 고요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영화를 통해 새로운 베트남의 판타지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서구인이 바라는 동양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주인마님의 삶과 죽기만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은 그린파파야 향기가 남아있는 따사로운 6월 같은 어머니의 품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여자로서의 삶은 거칠고 남루하지만 어머니로서의 삶은 늘 그리움이듯이 트란 안훙 감독이 그리워하는 고향 베트남의 모습을 담고 있다.

베트남의 관습을 깬 쿠엔과 무이의 사랑, 베트남의 판타지를 느끼다.

베트남은 기원전부터 약 1000 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하여, 1850년대까지 독립국가로 발전해왔다. 그 후 100여 년 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왔다. 어린 무이는 하녀로 살아가는 지난 베트남의 모습을 갖고 있다면 성장한 무이는 새로운 무이, 새로이 변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쿠엔이 모든 관습을 포기하고 신데렐라처럼 무이를 그의 아내로 맞이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 소소하고 아름다운 일상과 자연을 담은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는 서민들의 삶 속에서 평안함을 유지하는 베트남 가정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베트남전으로만 그려졌던 모순적인 모습을 고발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맛있는 영화, 영화를 맛보다-
상큼한 베트남의 여름 향기를 상하이에서 맛보자.

Theme 1. 상하이의 작은 베트남, ‘CLUE VIETNAM by FCC’
 
 
그린 파파야 향기에서는 요리영화라고 할 만큼 요리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영화를 통해 만난 베트남 요리는 우리나라처럼 밥과 반찬, 숟가락과 젓가락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영화 속 작은 부엌은 조악하지만 푸른 채소가 데쳐지고 양념이 잘 밴 고기가 익는 소리는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상하이에서 가장 맛난 베트남다운 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 이 곳, ‘클럽 베트남’에서 무이가 차린 베트남의 식탁에 앉아보자.

▶香芒鲜虾米纸卷 55元
 
푸르고 싱싱한 채소가 촉촉한 라이스페이퍼 안에 돌돌 말려있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달큰하게 익은 망고와 탱탱한 새우! 느억맘에 콕 찍어 맛 본 본토 베트남 스타일의 스프링롤은 이런 맛이다.

▶青木瓜杨桃沙拉 55元
 
베트남 사람들은 집안의 채소밭에 파파야를 심어 열매를 요리해먹는다고 한다. 트란 안 훙 감독은 어릴 적 파파야의 추억을 그리며 영화를 만들었다 한다. 싱그러운 향이 가득한 그린 파파야를 그대로 접시에 담아냈다. 고운 색감을 살려 여름채소로 영양 가득이라는 당근을 채 썰어 땅콩소스에 살짝 버무렸다. 그린파파야는 비타민A와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영양 면에서 만병통치약 수준이라니 마음껏 즐겨보자.

▶顺滑蜜汁烤猪颈肉 48元
 
부드럽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돼지고기를 살짝 구워 겉면의 쫄깃함을 살렸다. 달달하고 뒷맛이 깔끔한 베트남식 돼지고기 산적이다.

▶脆瓜大头虾膏炒猪颈肉 68元
 
여름 채소인 脆瓜를 기름에 아삭하게 볶아 맵지 않은 돼지고기 두르치기와 섞는다면 이런맛? 脆瓜의 애호박 같은 아삭하고 달달한 맛이 초여름 살짝 지쳐가는 입맛을 달래준다.

▶越式炸春卷 45元
 
 
베트남 요리로 스프링롤과 쌀국수가 워낙 유명하지만 베트남 요리의 참맛은 튀김과 볶음 요리라고 한다. 특히 베트남의 냄(NEM)은 기름에 튀겼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맛에 앉은자리에서 백 개도 먹을 수 있을 듯!! 진짜 맛있어서 강츄!!

▶鲜虾莲子荷叶饭 75元

베트남~하고 소리 내어 말하면, 작은 쪽배를 타고 연꽃사이를 지나가는 베트남 처녀가 상상이 된다. 향긋한 연잎향이 골고루 배어 탱탱한 새우와 여러 종류의 뿌리채소가 색색으로 어울리는 영양도 있고 멋도 있는 연밥.

Address 巨鹿路889号(11-12号楼)
Tel 021 6445 8082

<베트남요리 맛있게 먹는 Tip >

베트남 요리에 늘 따라 나오는 피쉬소스, 느억맘(nuoc mam)과 친해지자. 느억(Nuoc)은 물이란 뜻이고 맘(Mam)은 생선이나 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 시킨다는 뜻. 우리나라의 액젓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프링롤이나 쌀국수, 볶음밥에 곁들여 나온다. 영화 속에서도 이 느억맘을 넣으며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익숙해질수록 엄마의 손 맛 같은 묘한 매력의 베트남 대표 향신료이다.

Theme 2. 베트남 브런치를 즐기다, ‘B REAL' 015, 048
 
 
베트남 스타일의 브런치를 맛 볼 수 있는 ‘B REAL'. 커다란 바구니에 담겨 나오는 베트남 풍미 짙은 샌드위치‘반미(Banh Mi)는 우리 입맛에 아주 맛있다. 베트남의 인기 브런치 메뉴이다. 오전 11시부터 샌드위치 메뉴를, 오후 2시부터 쌀국수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Take Out 가능하고 가까운 곳은 배달이 된다.

▶特色猪肉组合三明治 55元

프랑스 스타일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에 식초에 절인 무와 채 썬 당근, 상치 같은 싱싱한 채소와 잘 구워진 달달한 소스에 부드러운 돼지고기 맛이 일품이다. 15원을 추가하면 헝그리 맨을 위한 푸짐한 양을 맛 볼 수 있다.

Address 富民路185号
Tel 021 3491 0220

<베트남 커피 맛있게 마시는 Tip>
 
베트남 커피의 맛은 짙다. 프랑스 커피 맛과 비슷하면서도 끝 맛이 구수하다. 우유를 넣어 마시는 프랑스식 커피가 더운 베트남 날씨에 맞게 연유(煉乳)를 넣어 마시기 시작한 유래를 갖고 있다. 베트남 커피문화야말로 현재 가장 베트남 식이면서 프랑스의 영향을 깊게 받은 베트남의 역사를 말해준다.

맛있는 영화평

서혜정
 
짙은 초록의 계절, 베트남과 상하이가 무엇이 다를까. 부드럽고 진한 베트남 커피 한잔이면 영화 속 그린파파야가 열린 정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박윤희

쌀국수는 외국생활에 딱 안성맞춤인 국수란 생각이 든다. 딱히 한국음식은 아닌데도, 쌀국수를 먹으면 외국음식만으로 지쳐있던 우리 입속을 개운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을 갖게 되니 말이다.

▷서혜정(프리랜서 기고가 fish7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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