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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송구영신(送旧迎新)과 신녠콰이러(新年快乐)

[2017-02-14, 12:10:52] 상하이저널

"송구영신(送旧迎新 보낼 송. 옛 구. 맞이할 영. 새 신)" "근하신년(谨贺新年 삼가 할 근. 하례할 하. 새 신. 해 년)"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연하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자성어이다.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12월은 문구점에 가서 예쁜 종이와 반짝이 풀, 온갖 꾸밈 재료들과 적당한 크기의 봉투를 사는 걸로 시작됐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따뜻한 방에 모여 서로에게 보낼 카드와 부모님 선생님께 드릴 연하장을 만드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우리만의 특별한 의식이었다. 미술에 소질이 전혀 없던 나도 이 때만은 예술적 영감을 불태웠는데 이 날을 위해 문구점에 진열된 예쁜 카드들을 눈에 담아두고 잡지에 실린 멋진 문구들을 메모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카드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알맞는 봉투를 골라 "**두 손에" " 너의 영원한 ~~ 벗 **가"라고 적은 뒤 반강제로 구입한 크리스마씰까지 붙여야 비로소 송구영신을 위한 장대한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교실 한가운데 난로를 피워도 춥기만 했던 겨울. 방학을 앞두고 수줍게 또는 즐겁게 카드와 덕담을 주고 받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도 행복한 추억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명절이 우리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귀성전쟁",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80년대의 신조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친척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귀성대열에 동참해 보지는 못했지만, 새벽 일찍 선물을 챙겨 다섯 식구가 큰집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40명 이상의 가족이 모여 복작거리는 집에서 우리 어머니를 포함한 며느리들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어린 우리야 오래간만에 만난 사촌들과 신나게 놀고 세뱃돈 받아 문구점으로 달려가느라 하루가 부족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 먹이고 치우느라 엄마 얼굴은 집에 올 때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명절은 가족 구성원에게 조금 더 평등한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연휴 때마다 근교로 여행을 다니는데 현지의 대가족이 모두 호텔에 투숙하며 서로가 편안하게 명절을 지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국에서 오롯이 가족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다가도 대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허전해지기도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통해 느끼는 평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가는 귀성객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녠콰이러(新年快乐 새 신. 해 년. 즐거울 쾌. 즐거울 락) "꽁시파차이(恭喜发财 공손할 공. 기쁠 희. 쏠 발. 재물 재)" "따지따리(大吉大利 클 대.길할 길. 클 대. 순조로울 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돈 많이 버세요" "대길하세요" 중국인들이 주고받는 새해 인사말이다. 다섯살 두살에 중국에 온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익숙한 "송구영신" "근하신년"이 아니라 이곳의 언어와 풍습으로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춘절을 앞두고 치파오를 입고 가서 "덩롱(灯笼)"을 만들고, 홍빠오를 손에 쥐고, 꼭 거꾸로 붙여야 한다며 매년 "福“자를 써서 들고 온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지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명절이라는 특권을 동의없이 뺏은 것 같아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학교에서 매일 시민교육을 시키는데 충격을 받아 자려고 누웠던 아이들을 깨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게 했다는 얘기에 뜨끔했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근래 밖에서 보게되는 모국의 민낯에 실망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모국을 떠나있다는 이유로 뿌리와 전통을 놓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으로 새해를 시작해 본다.

 

보리수(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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