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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더 이상 은밀하지 않은 이야기

[2018-11-17, 06:45:42] 상하이저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는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정자와 난자의 만남과 임신에 대해 애매모호하게 배웠고, 그렇다면 정자와 난자는 도대체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남았다. 그리고 틈틈이 생각해 얻은 답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 어느 순간 정자와 난자가 유체이탈을 해 공기 중에서 만나게 되고, 그 순간 여자의 몸에서 임신이 된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내가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을 때 친구들은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딱히 뭘 더 알고 있지도 않았다. 30년 전 10대였던 우리들의 성에 대한 지식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판타지 수준이었다.

 

지난 해 한국 사회가 미투 운동으로 들썩이면서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새삼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케이블 채널 TV프로그램에서 한 강사가 성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강사는 아들이 첫 몽정을 했을 때 ‘존중파티’를 해줬고 당시 찍었던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 아들에게 첫 몽정은 엄마 몰래 팬티를 빨아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어서 엄마에게 알려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었다. 성인이 된 아들과 강사가 함께 자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위토크’는 유튜브 조회수 20만이 훌쩍 넘는 아주 유명한 동영상이 됐다. 자신의 신체를 잘 이해하고 당당하게 여기는 것은 결국 성적자기결정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도 존중하게 된다. 친밀한 감정이나 권력을 앞세워 타인의 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강사는 ‘51세기에서 온 엄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나는 51세기 엄마는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살고 있는 21세기 엄마는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우리집에는 우리집만의 단어가 하나 있다. 성기를 일컫는 ‘소중’이라는 단어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성기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그 곳은 소중한 곳이니까 이름이 ‘소중’이야”라며 내 마음대로 얼렁뚱땅 이름을 붙여버렸다. 그 이름이 내 동생네 조카들에게까지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우리는(솔직히 나는) 비교적 덜 민망하게 성기를 부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것도 끝이었다.


“엄마, 친구들은 소중을 몰라.”
“그거 이름이 소중이 아니래.”


이후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기의 명칭을 알려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과 당당하게 성에 대해 대화를 하고자 마음을 먹고,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성기에게 진짜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저녁 식사 시간, 슬며시 말을 꺼냈다.


“우리가 소중으로 부르는 것 말이야, 사실은 여자는 음순이고, 남자는 음경이라고 불러. 우리집에서도 앞으로 ‘소중’이 아니라 음순과 음경으로 부르자.”


아이들이 정말 깜짝 놀란 표정과 민망함까지 겹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우리가 생각이나 감정, 팔과 다리 같은 신체부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기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몸의 변화나 성 관계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국 청소년의 성경험 비율이나 첫 성경험 나이에 대한 자료들을 보고 놀라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실이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게 될 성은 자발적이고 평등하고 건강했으면 한다.


이 후 조금은 여유로운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성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동안 아이들은 불편해할지도 모르겠지만, 21세기 엄마가 되려면 내게도 꼭 거쳐야 할 도전이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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