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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런 학교교육도 있구나

[2019-07-04, 05:33:27] 상하이저널
9학년 딸은 요즘 매일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로 주식을 체크한다. 학교에서 인터넷 머니 5만불씩을 나눠주고 10일간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란다.  영어 과목 선생님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부가 창출 되는지 알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부자 부모는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내는지를 자식들에게 알려준다는 것.  본의 아니게 애가 꼬치꼬치 물어봐서 대충 알려주긴 했다. 자세한 건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나도 우리가 세금을 얼마를 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집 시세 물어보는 것 조차 불쾌해 하신 게 문득 기억이 났다. 부자 부모님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울 아들이 5학년이었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중국어 숙제가 너무 완벽해서 애가 뭘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혹시 중국어 과외를 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숙제는 절대 선생님 도움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학교에서 알고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난 바로 중국어 과외를 끊었다. 학교에서는 좋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들 학교는 절대평가를 하는 학교다. 그래서 친구들과 절대 비교하지 못하게 교육을 한다. 요즘에야 이메일로 직접 성적표를 보내줘서 비교할 수 없지만 5,6년 전까지만 해도 밀봉된 서류봉투에 넣어 행여나 스쿨버스 안에서 서로 비교할까 봐 선생님이 신신당부를 했었다. 

3학년때 우리 딸이 한국 애들은 천재인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막 전학 온 애들이 영어는 서툰데 받아쓰기 무조건 100점, 수학도 너무 잘한다는 것이었다. 난 당연하단 듯이 애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학원 다니는 애들도 있어서 선행 학습으로 미리 배우니까 잘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딸은 너무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 학원을 다녀요?”
“1등하고 싶으니까 그렇지. 다른 친구들 보다 잘하면 기분이 좋잖아!”
“왜 1등을 꼭 해야 해요? 그리고 어차피 학년 올라가면 알게 될 텐데 미리 배우면 학교에서 또 배울 때 재미가 없잖아요. 그리고 왜 친구를 꼭 이겨야 해요? 나도 알고 친구도 알면 좋은 거 아녜요?”

지금까지 상대평가에 익숙해 있던 내 생각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네 말이 맞는 거 같다”고 말해줬다.

딸이 5학년때 휴머니티 과목 숙제에 엄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건지, 그런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엄마는 어떤 노력을 하고 사는지를 적어가는 거였다. 본의 아니게 너무 근사하게 말했고 딸은 학교에서 발표하고 나서 반응이 좋았는지 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난 그때부터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아직도 열심히 살고 있다. 엄마가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되니까.

7,8학년쯤 되면 부모님 일생 중 역사 현장에 있었던 사건에 관한 인터뷰 숙제가 있다. 87학번인 남편은 좀 과장해서 우리나라 민주화의 선봉에 있었던 것처럼 애한테 얘기를 해줬던 모양이다. 어쩌다 한 번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먼저 다가와 수줍은 울 남편과 악수를 청하고, 그 얘기를 해서 남편을 즐겁게 해줬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나도 아는 언니 딸이 그런 숙제를 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5.18 때 겪은 일을 얘기해 줬던 일이 있었다.

성교육도 우리 때랑 참 달랐다. 일단 애들에게 알고 있는 피임 방법을 다 알아오라고 하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실패율을 알려준다고 한다. 성 역할에 따른 차별이 있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고 서프러제트 페미니즘 교육도 이미 초등 때 접하게 해주었다. 나도 최근에서야 알아가는 것들을….

숙제가 많아 힘들면 줄여 달라고 요구 할 권리가 있고, 그에 따르는 안 좋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 유급할 수도 있다는 거다. 절대 선생님이 책임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런 책임이 없어서 그런지 선생님과 학생들 관계는 참 좋다. 

최근에는 다른 학교와 농구게임에서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무리하게 마지막 3점 슛을 넣은 아이를 코치 선생님이 나무랐다고 한다.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거 아닌가?’ 했더니, 이미 큰 차이로 이기고 있는데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은 너무나 큰 점수차로 지고 있는 상대팀에게 매너가 아니라고, 좋은 스포츠맨십이 아니라고 하셨단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공부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애들을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의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니 뭐라도 하나 이상 잘하는 이 학교 학생들은 기죽어 다니는 애가 거의 없다. 부모들은 탐탁지 않지만 아이들은 행복한 학교로 소문이 나 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성장한 우리 애들이 사회 생활은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된다.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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