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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봄바람의 노래

[2020-06-18, 10:30:30] 상하이저널
올 3월부터 아이들 인터넷 수업이 시작되고 식구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를 두세 차례씩 각자의 일정에 따라 챙겨야 하는 벗어날 수 없는 끼니의 굴레 속에서 보냈다.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아침밥을 먹이고, 점심밥과 간식까지 준비해 놓고 나와 일을 하니 처음엔 활력이 됐는데, 조금 지나니 회의가 생긴다. 사람 맘이란 게 원래 간사한 것인지 내가 참을성이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동업으로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동업인들과 마음 맞추기,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이런저런 영업정지, 해마다 올라 등골을 빼먹는 임대료 등 고충이 많았다.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그 친구들까지 딱히 모여서 어떤 활동을 할 만한 곳이 없기에 우리 가게에 모여들었다. 손님이 없어 한가할 때면 전단이라도 돌리고, 닦으라는 유리창도 알아서 닦으면 좋으련만,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인들이 가게를 자주 찾아주고 좋아해 주어서 고마웠다.   

운영자의 부담감을 알기에 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을까? 연약한 피부의 달팽이처럼 앞치마를 방패 삼아 두른 나는 정체성이 모호했다. 직원이 되고 보니 손님이 없을 때면 좀 여유롭게 쉬고 싶었고, 내 가게가 아니니 눈치를 보게 되었다. 구력 있는 중국인 주방장 및 직원과 소통도 중요한데, 어쭙잖은 중국어와 텃세로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 삶에 사랑이나 봉사라는 덕목을 더욱 새겨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도 아침부터 긴장하고 바빴을 손님들이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들고 흡족해하면 마음이 더 풍성해지고 보람이 있다. 

예전 가게는 건물 구석에 박혀있어 바깥 날씨와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폭우 때문이었던 것을 SNS에 올라온 무지개 사진을 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낮 동안 혼자 가게를 지킨 답답함에 건물 옥상으로 나가보니 말갛게 씻긴 쾌청한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지금 일하는 곳은 햇빛에 빛나는 가로수가 잘 보이고, 자기 몫을 해내는 샤오샹과 함께 있어 의지가 된다. 맞은편에 꽃 화분으로 단장한 음식점은 친구가 운영하는 곳인데, 일하는 그녀의 모습도 힘을 준다. 팬데믹에도 온전히 가게를 지켜낸 용감한 친구! 가끔 손님이 몰려 밥이 떨어지면 양푼을 들고 그녀의 가게에 밥을 빌리러 간다. 커다란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나르는 그림이 아직은 어색해서 주위를 의식하게 된다.

바쁜 시간이 얼추 지나서 처마 밑 의자에 앉아 몸과 마음을 따스한 봄볕에 맡겨본다. 온통 난리를 치른 지구 주민들의 전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오랜만에 빼앗겼던 바깥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셔 신선한 봄 내음을 가득 채워본다. 봄마다 매년 식구들과 함께 꽃 맞이 갔었지만,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큰 규모와 강한 햇빛,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치고 피곤했던 것을 몸이 기억한다.  

불어온 봄바람이 내 뺨과 머리칼을 매만지다 화분에서 자라난 가녀린 줄기를 부드럽게 살랑인다. 이 공간에 봄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산다는 것이 그저 변하는 상황에 순응하며 몸을 맡기는 것이던가? 거저 주어지는 햇볕 아래 홀로 맞는 이 짧은 휴식에 설명할 수 없는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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