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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별과 달이 내게 가르쳐준 것

[2018-11-04, 16:19:49] 상하이저널

별과 달은 생후 3개월부터 만 10세까지 내 상하이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한 푸들 부부로 지금 귀국준비 중이다. 별과 달은 무리지어 생활했던 조상들의 습성이 남아 집에서도 일인자를 중심으로 무리생활을 하는데 내가 바로 그 일인자이다. 가족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둘은 일인자에게만 두발을 들어 열렬히 환영 한다. 또 누군가에게 안겨 있다가도 일인자가 나타나면 가차없이 자리 이동. 그래서 때로 나는 가족 구성원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인자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나의 노력을 처절했다.


하루 두 번 꼬박꼬박 산책을 나가고, 배설물 치우기, 특별식을 비롯한 사료주기, 아프면 옆에서 밤새우기, 목욕 시키기, 더운 날에도 옆을 내어주기 등 반려견을 돌보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기꺼이 전담했던 것이다. 사실 반려견은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절대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을 만큼 손이 많이 간다. 그럼에도 나는 지난 10년간 내가 별과 달에게 준 것보다 그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많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별이 한창 젊었을 때, 가출해 옆집 셰퍼드와 일전을 치르고 엉겁결에 그 집 마당으로 뛰어든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나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빠져 나오긴 했지만 그날 병원에 가는 동안 평소 차만 타면 공포의 소리를 질러대던 별은 조용했다. 다행히 큰 상처가 없어 집으로 돌아 왔는데 평소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던 별은 눈앞에 간식에도, 불러도 반응이 없고 종일 쇼크상태를 보였다. 나는 그때 멘탈이 무너지고 보이는 행동은 개와 인간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별과 달은 생김새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분수대에 뛰어드는 엉뚱한 별, 사랑스러움과 애교가 넘치는 달, 청소기를 피해 다니는 달, 코를 골며 자는 별, 나를 괴롭히는 별에게 버럭 하는 달, 목청이 트인 특이한 소리로 짖는 별. 둘과 함께 하면서 생명은 저마다 고유한 특질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 별과 달을 통해 소, 돼지 등 인간과 다른 종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전보다 민감하게 느끼게 됐다. 그 자연스런 결과로 나는 6년째 세미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요히 주시하는 눈빛, 정성스레 핥아 주기, 흔히 복종의 표시라고 하는 배를 드러내고 눕기,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하기 등 그들과 교감하며 말이 아니어도 진심이 통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제 별과 달은 만10세가 넘어가면서 급격히 노화돼가고 있다. 체구가 작은 동물과 사람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고, 벌써 이가 조금씩 빠지고 백내장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며, 때론 늘 뛰어오르던 소파에 올라오는 것도 망설이게 됐다. 언제나 내 옆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별과 달이 존재하지 않는 그날을 나는 과연 마주할 수 있을까? 처음엔 두려웠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 함께 하기로 결심하니 어쩌면 별과 달이 내게 마지막으로 가르쳐줄 것은 생명의 유한함과 현재의 소중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세월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올 12월이면 별과 달은 10년간의 상하이 생활을 마감하고 김포공항에 들어서게 된다. 조마조마한 입국절차를 무사히 거치고 함께 공항 문을 나설 날을 기다린다. 별과 달이 남은 생을 살아갈 서울에서 부디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기를 기대해본다.

 

물결(sjy4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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