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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그 누군가가 나였을 뿐”

[2020-10-24, 05:07:50]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 창간 21주년 기념 기획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는 사람들 
③ 봉현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부회장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그 누군가가 나였을 뿐”


모두가 다급했다. 처음 겪는 일에 당혹스러웠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코로나19 상황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모두가 당황하던 시기, 손을 잡아준 사람들이 나타났다.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 누군가가 나였을 뿐,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했을 일이다. 절실함과 안타까움 속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았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마스크를 받으러 왔다가 나눠주는 자리에 앉게 됐다. 자연스럽게 입국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돕게 됐고, 미입국한 2500명 단톡방의 상담 운영자가 됐다. 지금은 전세기 탑승 교민들을 지원하는 상해한국상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봉대장’으로 통하는 봉현준 씨다. 그는 교민사회 코로나19 흐름의 최전선에서 자원봉사자로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당신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가 어울리는 ‘봉대장’을 만났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2020년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상해한국상회에서 1차 마스크 배포 때 마스크를 받으러 갔다. 다니는 원불교에서 중국으로 마스크를 보내기로 하고, 한국상회에 7000장을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마스크 배포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 후 코로나 상황이 역전돼 상하이로 들어오는 교민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각 아파트 단지별로 입국자를 지원할 사람을 구했는데, 거주하고 있는 완위엔신청(万源新城) 위챗 단톡방 방장이 됐다. 한국상회의 도움을 받아 불합리하게 당하는 사례들을 함께 풀어나갔다. 이때만 해도 교민들 모두 입국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미입국자와 전세기 입국 교민들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3월 중순으로 접어 들면서 교민들이 어느 정도 입국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미입국한 교민들을 위한 단톡방을 별도로 개설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입국 금지 조치가 발표됐다. 한참 후인 5월 1일부터 ‘신속통로’를 계기로 미입국한 교민들이 복귀를 위한 정보가 필요해졌다. 곧바로 중국 입국을 돕는 방을 개설했다. 상하이뿐 아니라 전 중국 교민들이 단톡방에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5개로 늘었다. 여기에 학부모 정보방까지 6개를 개설해 2500명이 넘는 교민들의 다양한 문의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자들의 정보도 쌓여 비자 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갔다. 문제는 항공편이었다. 비자는 해결됐으나 항공편이 부족해 한국상회에서 전세기를 추진하게 됐다. 위챗방을 운영해온 제가 자연스럽게 출국 및 격리에 대한 안내를 맡았다. 이를 계기로 자원봉사자에서 한국상회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전세기 입국자들의 격리호텔에 보낼 구호물품 포장 작업한 자원봉사자들

코로나19 기간 누구보다 교민들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 것 같다.

2월 마스크 5장을 받으러 온 교민들이 선물도 주고 후원금도 내곤 했다. 이때 다문화 가정 아빠가 아이 마스크를 받으러 왔다가 주위 눈치를 보더니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내밀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오늘까지 오게 됐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전세기를 타고 9개월된 아이를 안고 온 엄마가 남편을 만나는 순간이다. 아빠는 임신 8개월때 중국에 들어와 11개월만에 아이를 처음으로 만났다. 제 아이가 어렸을 때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면서 이 분들을 위해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한 기억에 남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전세기에 타신 분들보다 못 타신 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국상회 회원사 가족이지만 아이 학교 등교가 시급해 난징으로 입국한 교민인데, 동반 승객 중 확진자가 발생해 최악의 격리 장소로 불리는 V 호텔에 어린 아이들과 가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리 중에 올린 모멘트에 죄송하다는 올렸는데 오히려 덕분에 준비 잘하고 어렵지만 잘 버틸 수 있다고 답해주셨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람간의 정은 살아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또 마스크 배포, 전세기 운항 등으로 주말도 퇴근도 반납한 한국상회 김영 과장도 감동을 준 사람이다. 전세기 탑승 신청을 받고, 탑승 확정 소식을 전하고, 탑승 누락 교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절실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접했다. 전세기 도착과 격리 해제 때 눈물이 날 것 같아 호텔로 나가지 못하겠다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중국국적이지만 한국교민들의 생활터전으로 복귀하는 데 앞장 서 준 고마운 사람이다.


반면, 많은 교민들의 문의에 답변하느라 힘든 일도 많았고 오해도 있었을 것이다. 

입국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한지 8개월째다. 이제서야 알고 들어오는 분들도 있다. 지금까지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이 전혀 맞지 않는 걸 보면서 다시 처음부터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한정된 인원을 태울 수 밖에 없는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할 때, 겉으로는 냉정하게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소중한 희망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것이고 급한 마음에 질문했을 텐데 무조건 규정만 지켜달라고 무례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특히 전세기만을 위한 친구추가에 많은 분들을 거절하기도 했다. 나의 부족함이다.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자원봉사자라고 하기엔 장기간,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봉사’는 어떤 의미인가?

흔히들 봉사를 하면 역으로 위로를 얻는다고 말한다. 요즘 더욱 실감하고 있다. 절대 저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함께 고생하는 25대 상해한국상회 임직원들과 수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들어야 할 말들을 대신 듣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을 우리가 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면 그럼으로써 한 분이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와 안전한 방법으로 일터로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끝으로 격리 기간뿐 아니라 마스크 배포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여러 협찬 기업과 식당 관계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특히 코로나 기간 불안감 속에서도 전세기 운항을 결정해 준 대한항공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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