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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62] 철학자와 하녀

[2019-12-07, 06:30:11]

고병권 | 메디치미디어 | 2014.5

 

철학자 탈레스가 별을 보며 걷다 우물에 빠졌다. 하녀는 철학자가 하늘을 보는 데만 열심이지 발치 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한다고 조롱했다. 이 우화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하녀 같은 사람들이 공중에서 아래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웃음거리가 된다”고 해석했다.  이 책의 저자 고병권은 하녀와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 중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대목을 공유하고자 한다.

 

초조함은 신탁이다
초조함과 불안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쌍둥이다.  세상은 온통 욕망으로 가득차 있고 인간은 온통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차 있다.


불행한 사람들은 시간에 의해서도 고통받는 법이다. 힘든 처지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그들은 구원의 지름길을 더 잘 믿는다. (중략)초조한 사람은 못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 이어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왕 라오스가 한 예언가로부터 아들이 자신을 죽일 운명을 타고났다는 끔찍한 신탁을 받고 갓난 아이 오이디푸스를 버리지만, 훗날 결국 아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례를 든다.  여기서 신탁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딱 한 가지 일만을 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은 파국에 대한 초조함이 상황을 파국으로 이끌어 간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신탁이 두려워 그 불안의 올가미에 스스로를 얽매이고 매일매일 쳇바퀴 같은 삶을 살며 스스로를 혹사하고 갉아먹는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 가르칠 수 있다
1818년 루뱅 대학의 한 프랑스 문학 강의실에는 네덜란드어에 무지한 조제프 자코토라는 교사가 스승이 없이 자신에게서 배우는 능력을 발휘했던 스스로의 체험을 살려 학생들이 스스로 프랑스어를 공부하게 했다. 이는 인간의 잠재적 능력을 믿는 확신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저자는 교육이란 특정된 지식을 씹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바보'로 규정하는 “욕구가 멈춰버린” 자들을 각성시키는 행위라고 일깨워 준다. 그런 행위를 통해 ‘바보’로 자칭하던 이들이 자기 스스로 해방된 인간임을 아는 것, 그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호소한다. 


저자는 “계몽된 사람이란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칸트의 말을 빌려 배우는 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장애란 결국 어떤 불가능의 체험이며, 그때 자신에게 생겨나는 ‘무능’과 ‘포기’의 정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는 결국 적응해야 할 그 무엇인 것이 아니라 딛고 서야 할 그 무엇임이 분명하다.

 

류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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