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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95]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2020-09-28, 17:48:42] 상하이저널
최승범 생각의힘 | 2018.04.13.

지난 3월부터 상하이 한인 여성 네트워크 ‘공감’이라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페미니즘에 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사실 여성우월주의와 성 대결 구도 등의 편견이 살짝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로 하고 ‘공감’이 희망도서관에 기증한 도서를 빌려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왕초보인 내 마음에 와닿아 빠르게 나를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골몰하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최승범 작가의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책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자기를 소개하는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의 작가는 현재 강릉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30대 중반의 선생님으로 학교에서 마주하는 수백 명의 남학생들과 남자 선생님들에게 페미니즘을 전파하며 좀 더 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 애쓰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많은 돈을 벌면서도 명절날 아버지로부터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폭력을 당하며 약자로 살아가는 모습, 시댁에서는 돈 안 주고 부리는 노예쯤으로 취급받는 어머니의 삶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어머니가 한평생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이유를 찾는 계기가 되어 지금은 페미니즘 책을 2권이나 쓴 꽤 유명한 작가가 됐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016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7%,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63만 원을 받는데 이는 OECD가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이 해마다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GI)에서 한국은 2016년 기준 144개국 중 116위를 차지하며 줄곧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여성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2016년 기준 100점 만점에 25점을 받아 2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2014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하루 45분의 가사노동을 한다. 이는 한국 여성이 매일 할애하는 227분의 20%가 되지 않는 시간이다. 남녀 가사 분담률은 16.5%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다. 

데이트 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살인은 최근 매년 100여 건에 달한다. 사흘마다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혐오와 차별뿐 아니라 통계에 의한 수치를 보니 우리나라 남녀 불평등 구조의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고 성차별의 근거가 되는 확실하고도 중요한 자료가 되어 주었다.

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견고하고 좁은 틀에 갇힌 남성도 구출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는 남자, 말 많은 남자, 힘없는 남자도 괜찮다. 군대 가라 떠밀고, 데이트 비용과 집 장만의 부담을 주고, 아담한 키와 작은 성기에 주눅 들게 하는 주체가 ‘김치녀’가 아니라 가부장제의 폐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남성의 삶도 자유로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성 역할 고정관념의 틀이 서로를 억압하고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평등한 성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작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다 보면 마음 아픈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당연한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개인의 삶을 사회와 역사로 확장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도 싹튼다고 한다.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뿌리 깊게 내려져 마치 공기처럼 느껴지는 차별의 삶은 여전히 우리들의 현재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박함이 나에게도 밀려왔다. 페미니즘은 성별, 장애, 피부색, 성적지향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일이라 하니 그 필요성과 절실함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내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점차 찾아가며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니 새로운 희망과 즐거움이 가득해지는 오늘이다.


김순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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