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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입장차이

[2018-02-05, 21:55:06] 상하이저널

햇수로 8년을 연애를 하면서 그이는 한번도 부모님께 나를 인사시키지를 않았다. 결혼을 하려고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서도 한참 동안 나를 만나지 않은 것이 결혼반대 때문인 줄 생각지도 못했다니 그때도 어지간히 둔했던 모양이다.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던 우리부모님. 그 기준으로 생각해서인지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신다는 것을 알고도 그것이 어떤 건지 전혀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첫인사 드리러 방문했을 때 화려한 것 은 없지만 집안이 정갈했던 시어머님의 기억이 어이없게도 그 후에 오랫동안 힘들었던 관계보다 더 깊게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나의 철없는 신혼의 달콤한 꿈은 순식간의 현실과 부딪쳐 사라지고 그래도 오랜 연애 기간의 신뢰로 결혼생활은 이어져 갔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내 나이가 그때 어머니 연세보다 더한데 '참 젊으셨구나 욕심 많은 우리 어머니 뭐 하나 놓고 싶지 않으셨겠구나'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슬쩍 웃음이 난다.


명절이라 음식을 장만하는데 나물은 다 짜야 하는 줄 알고 고사리 삶아 놓으신걸 꼭 짜서 죽을 만들고 미나리를 다듬으랬더니 대는 다 버리고 잎만 예쁘게 모아놓았던 기억. 그때마다 어머니는 나이가 몇인데 이것도 못하냐고 호통을 치셨다. 나의 신혼은 서러워서 억울해서 이래저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명절이, 가족행사가 무섭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항상 남편이 나를 이해해주고 내 편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 그것이 큰 상처로 남아있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때론 고통스러워 때론 행복해서 멈추길 기대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두 아들의 엄마가 되고 어느덧 나도 그분들의 나이가 되었다. 그 입장이 되고서야 알 수 있는지 이젠 어느 모임을 가도 젊은이의 축에 들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다. 주부들 모임의 화제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시댁이야기로 흐르는데 예전 같으면 당연히 며느리 입장으로 이해했다면 요즘은 나도 모르게 시어머니 입장도 생각하게 된다. 자주 연락을 하면 귀찮다 하고 안하면 관심이 없다 하고 정말 고부간은 평행선이구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직은 중간 입장에 있는 시기의 나로서는 살아오면서 가장 객관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꾸 귀기울이게 되고 앞으로 나에게 적용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입장차이가 이렇게 생각을 바꾸게 하는구나.


나이 들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지만 삶의 경험과 비례해 눈에 거슬리는 모습들이 많아지고 그러니 이야기 하게 되고 쓸데없는 아집만 느는 것 같아 자꾸 나를 돌아보고 누르고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니 점점 위축되어 내가 점점 작아지는 듯 하다.


곧 명절 구정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가기도 하고 이곳에 남아 있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겐 명절이 힘들고 부담스럽고 또 어떤 이들에겐 기다려 지는 설레는 날일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에겐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입장일수도 있다. 나 역시 명절에 대한 입장이 젊은 시절과 사뭇 달라졌다. 인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기까지 돌아보면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다.


어디에나 입장차이는 있다. 그것을 생각 한다면 지금 뭔가 손해 보는 듯 한 것도 어느새 돌고 도는 인생사. 입장이 다른 듯 같은 듯 변화하면서 빠르게 굴러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삶의 다른 모습으로 또 언젠가 내 모습으로 그 순리를 인정하고 받아드리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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