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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겨울캠프

[2019-02-15, 07:03:02] 상하이저널
로컬학교의 겨울방학은 짧은 편이다. 춘절을 끼고 앞 뒤로 한 주씩 평균 3주 정도 겨울방학을 갖는다. 짧은 방학 탓에 마음도 여유가 없다. 둘째 아이 같은 반 친구는 벌써 몇 달 전부터 겨울방학에 겨울캠프를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었다. 둘째는 4학년이 되도록 엄마아빠와 떨어질 기회가 없었는데, 나는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 아이한테 생각해보라며 은근히 캠프에 참가하도록 권유했다. 아이는 고민을 하더니 결국 가기로 결심했다. 

일찍 신청한 만큼 할인혜택도 주어져 ‘숲 속 집짓기’라는 캠프에 일찌감치 신청을 해뒀다. 아이들이 숲 속에 가서 나무로 집을 짓는다니 생각만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청하고 한 달이 흘러 드디어 방학 첫 날 캠프를 떠났다. 5일간 숲 속 캠핑카에서 지내면서 나무집 하나를 완성한다는 안내서를 보니 아주 훌륭한 캠프 같았다. 

큰아이도 초등학교 때 반친구들과 캠프를 갔다 온 적이 있다. 캠프 프로그램 자체는 너무 좋았고 아이도 즐거워했는데, 정작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 단톡방을 처음 접한 나는 충격이 꽤 컸던 기억이 난다. 20명 정도의 초등학생들이 캠프를 떠나는데 학부모 단톡방은 엄마와 아빠들로 40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떠남과 동시에 단톡방은 40명 학부모들의 걱정과 기대로 ‘띵동~’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댔다. 

“우리 아이 차 멀미 할 수도 있으니 잘 봐주세요.”
“해가 저렇게 쨍한데, 우리아이는 왜 모자를 안썼는지 모르겠네요, 가방 앞 칸에 모자가 있으니 꼭 씌워 주세요.”
”우리 아이 물 좀 마시라고 해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이 없네요, 배고플까 봐 걱정이네요.” 
정말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위챗 전담 선생님이 함께한다는 이야기가 무슨 얘기인지 비로소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행히 작은아이는 7명이 함께 떠나는 소규모 캠프였다. 몇 년 전 큰아이 캠프 보내던 때의 학부모들 보다 훨씬 더 여유로웠고, 선생님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물론 학부모들이 말하기 전에 시시각각 아이들의 활동모습이 올라왔기 때문이리라. 

캠프 시작 이틀간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사흘 아침 사진이 올라왔을 때 아이 얼굴이 좀 부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밤마다 화상통화를 통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아이 얼굴을 보니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남편도 아이얼굴이 점점 초췌해지는 것을 보고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이라곤 캠프 이름에 걸맞게 톱질하고 못질하는 ‘나무 집짓기’였다. 아침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고…. 남편은 말이 캠프지 우리가 우리 돈 주고 애를 공사장에 보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이없어 했지만, 내 중국친구들의 의견을 달랐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내년엔 자기애들도 보낸다고 난리였다. 마지막 날 아이들은 완성한 나무집에 색칠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볼 살이 쪽 빠져서 돌아온 아이는 우리 걱정과는 달리 조금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이는 집을 지었다는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만, 그걸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아이 짐 가방을 풀다 나온 목장갑에 남편은 공사장 다녀온 게 맞다며 씁쓸해했다. 아이들 캠프가 다 그렇겠지만, 이렇게 단순한 활동을 캠프라는 명목으로 비싼 돈을 지불해서 보내야 하다니 시대를 탓해야 하는 걸까?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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