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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꽃, 시인으로 보는 당(唐)시

[2021-09-17, 12:48:59] 상하이저널
‘시의 나라’ 중국은 긴 역사만큼 수많은 명작과 대가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당나라 시는 가히 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 시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확고히 자리 잡으며 고유의 멋을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는 표현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온전히 시만 읽어도 좋지만, 시인과 시대 배경에 대해 조금 알아간 뒤 다시 한번 읽어보면 재미가 배로 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당나라의 대표 시인 4인을 소개한다. 

무한한 자유를 꿈꾼 이백(李白)


이백의 삶은 ‘방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재상의 꿈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지만 2년이 채 못 돼 조정에서 쫓겨난 그는 이후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따라서 자연을 이백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본 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촉으로 가는 길>은 “하늘에서 한 자도 안 떨어진 봉우리 봉우리들, 기암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마른 소나무”라며 험준한 풍경을 과장되게 묘사한다. 보통 사람들은 같은 풍경을 “높이 솟은 봉우리, 하늘을 향해 뻗은 소나무”라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이백은 기준을 하늘에 둬 봉우리와 나무가 하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봤다. 그의 시적 자유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백은 불합리한 현실에 스스로의 원칙을 꺾고 적응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인생의 고통까지도 혼돈화시켜 정신적으로 날아오르고자 했다. 그는 어려운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달에게 술을 권하며 즐거이 보낼 수 있었다. 이백 시의 쾌락주의적 요소는 고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시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삶의 역경을 흐느낀 두보(杜甫)


두보는 이백과 나란히 중국 시의 양대산맥으로 거론된다. 이들을 더불어 부르는 ‘이두(李杜)’라는 말까지 있지만, 둘의 시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백이 안사의 난 전 당나라의 번영을 재현했다면 두보는 난리 후의 혼란에 주목했다. 이백의 시가 맑은 자연을 환상적으로 표현한다면 두보의 시는 역경을 고스란히 담은 현실주의가 두드러진다.

명문가 출신에 재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당 현종의 통치는 점점 부패해 정치적 이상을 꿈꾸던 그에게 실망만을 안겨줬다. 두보는 과거에 낙방하고 어린 아들이 굶어 죽을 만큼 빈궁한 생활을 이어가다 중년 무렵에서야 말단 관리를 지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안사의 난은 두보를 다시 곤경에 빠뜨렸다. 포로로 압송되는 등 수난을 겪은 후, 새로운 왕 숙종을 찾아 벼슬 자리를 얻지만 이조차도 얼마 되지 않아 쫓겨나 결국 유랑하는 삶을 택한다. 

그래서인지 두보의 시는 무겁고 침울하다. 나라에 대한 근심과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실의 등을 충실히 묘사했다. 특히 유랑 중 전란의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참담한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해 심금을 울렸다. <띠집이 가을바람에 부서지다>는 태풍 후 무너진 집들을 보며 느낀 침통함을 담았다.

<띠집이 가을바람에 부서지다>

지붕 새어 침상 머리 마른 곳 없고
빗발은 삼 줄기 같이 그칠 줄 모른다.
난리 겪으며 잠은 적어졌지만
젖은 채로 긴 밤 어찌 새우리오
어찌하면 천만 칸 큰 집 지어
천하의 가난뱅이 크게 감싸 함께 환한 얼굴 되어서
비바람에도 산처럼 태연할 수 있을까
아아
언제든 눈앞에 우뚝 선 그런 집 보이면
내 오두막 부서져 얼어 죽는다 해도 족하리라.

자연의 정취를 담은 왕유(王維)



이백은 낭만시, 두보는 사회시라면 왕유는 자연시를 대표한다. 왕유의 시는 언뜻 평화로운 풍경만을 묘사한듯 보이지만 자연의 유유자적함을 혼탁한 현실과 대조시키며 한가로운 삶을 열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왕유는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올랐지만 나날이 부패해가는 정치에 끝내 은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불교에 심취해 전원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했다. 하지만 왕유 역시 안사의 난을 피해갈 수 없었고, 반군에게 잡혀 그들이 주는 벼슬을 맡는 치욕을 입었다. 만년에는 세상만사 연을 끊고 치욕의 고통으로부터 초연함을 보였다고 한다. 

시뿐만 아니라 수묵산수화로도 이름을 떨친 왕유는 마치 시 속에 그림이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아래의 시 <산중>은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그려낸다. 

<산중>

형계 시냇물 줄어 바닥엔 흰 돌 드러나고
날씨 차가워 어느덧 붉은 단풍잎도 드물다.
한적한 산길에는 본디 비 내리지 않았건만
빈 산중의 짙푸른 녹음이 사람의 옷을 적실 듯하다.

시인의 고뇌를 사회적으로 확대시키지 못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승화시키는 데에 그쳤다는 점이 왕유 시의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왕유의 시는 읽는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감정 정화를 도와준다는 데에 있어 의의가 깊다고 평가된다. 

신랄한 고발과 인생의 덧없음, 백거이(白居易)


당나라 시인 중 가장 많은 2900여 수의 시를 남긴 백거이는 구어체를 사용해 대중도 쉽게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사회 부조리 고발, 사랑과 이별, 인생 등 다양한 주제의 시는 인간적이면서도 초연하다.
백거이는 37세의 나이에 황제에게 정책의 잘못을 직언할 수 있는 직책인 좌습유를 맡으며 기득권 계층의 비리와 국정의 폐단을 거침없이 지적했다. 그는 관직에 있으며 탐관오리의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고발하는 시를 썼다. 호화저택에 살며 향락을 추구하는 부유층을 고발한 <상택>, 기근으로 굶어 죽는 백성들이 넘쳐나는데 비싼 술로 흥청망청하는 관료들을 풍자한 <경비> 등이 있다.

또한 그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순응하고 살려 노력했다. 운명을 논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며 즐겁게 살기를 권유한 것이다. 

<술잔을 들며>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
풍족한대로 부족한대로 즐겁게 살자,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자료: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학생기자 이나영(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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