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 바이 더 파크(Ginger by the park)

[2013-11-25, 23:05:03] 상하이저널
# Shanghai family restaurant (3) #
자연주의 컨셉이 함께하는 레스토랑
진저 바이 더 파크(Ginger by the park)
 
'쌉쌀한 단맛, 달달한 쓴맛'을 지닌 생강처럼 우리 인생 이야기의 대명사 같은 향과 맛을 지닌 거리가 있다. 소매를 끌어내려 온기를 당겨보고 옷깃을 세워 몸을 움츠려도 가을끄트머리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이 계절, 뜨끈한 생강차 한잔에 플라타너스 낙엽 떨어진 거리를 산책해 볼 여유는 남아있는 걸까.
 
 
 
 
 
 
100년이란 시간의 켜를 간직한 고풍스런 싱궈루(兴国路)에서 쌉쌀하고 단, 달달하고도 쓴 생강 같은 사색을 즐겨보자. 플라타너스 낙엽이 뒹구는 상하이의 가을을 쓸어 담아 줄 ‘진저 바이 더 파크’로 안내해 본다.
▷글, 사진 서혜정 객원기자
 
 
걷고 싶은 싱궈루(兴国路) 옛길과 진저 바이 더 파크(Ginger by the park)

상하이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상하이의 가을을 꼭 말한다.

싱궈루(兴国路)의 가을 낙엽 길은 걸어보지 않은 이는 아는 체도 말라.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집(1930년대 건축)들을 품고 있는 거리답게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예사롭지 않다. 사계절 내내 운치가 있지만 가을이면 그 낭만이 더욱 높다.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쫙 펼친 손가락 같은 나뭇잎은 바람이 불면 부는 곳으로 떨어지고 바스러지는 소리도 눈에 보인다.
 
상하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뿌리가 깊고 넓을 뿐 아니라 가지가 무성하여 전선에 감기는 등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상하이시의 가로수 관리수준은 특별해서 전선을 피해 체계적으로 플라타너스 가지를 잘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게 100년이란 시간의 켜를 간직한 가로수 길인 것이다. 100년의 시간이 담긴 고풍스런 라오상하이의 정취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를 걷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미래도 꿈꾸게 하는 여유를 준다, 더불어 진저향 가득한 카페에서 보내는 너그러운 휴식까지 기대하게 한다.
 
따뜻함이 주는 오감(五感)자극, 진저 바이 더 파크만의 힐링

Ginger by the park
겉에서는 어떤 카페인지 감이 안 온다. 묵직한 손잡이를 밀고 들어가면 알록달록? 심플? 촌스러운? 로고와 다르게 묵직한 향이 좋다. 독특하고 감미로운 자스민 향, 오렌지 사과가 주는 싱그러운 향기와 달달한 생강향과 쌉싸름한 계피향에 나지막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진저 더 바이 파크의 문을 열었을 때만 맡을 수 있는 건강한 냄새이다.
 
 
 
Ginger by the park
주말 이른 시각이지만 사람들이 많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싱궈루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늘어선 야외 테라스는 앉기 힘들다. 강렬한 인상의 그림들이 이곳에서 낯설지 않다. 좁고 낮고 따뜻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에 찬바람에 시렸던 몸이 녹는다.
 
Ginger by the park
묵직한 원목 테이블에 여럿이 어울려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와 오래, 깊숙이 앉을수록 편안한 패브릭 의자, 거기에 손님을 배려한 무릎담요까지.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친절하고 배려가 깊다. 누런 재생 종이에 위에 꼼꼼히 눌러쓴 편지 같은 메뉴도 정감이 간다. 검지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을 한 뒤, 바람이 부는 창문을 본다.
 
 
 
Ginger by the park
진저 바이 더 파크는 독특한 실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낮고 작은 바의 1층, 야외 테라스가 갖춰진 2층, 단체모임에 적합한 3층. 유럽과 아시아의 색채가 조화를 이룬 1900년대의 빈티지와 현대의 모던함이 주는 공간의 소란스러움이 있다. 싱뤄루의 바람이 실어다 주는 낙엽이 야외테라스에 떨어지면 식사를 하던 아이들이 까르르 소리 내어 웃는다.  주방에서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 오렌지를 반으로 잘라 힘껏 짜내는 쥬서기의 소음도 건강하게만 느껴진다.
 
 
 
 
 
Ginger by the park
NO MSG.
진저 바이 더 파크의 입맛은 이런 것이다. 건강한 퓨전요리를 추구하다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요리에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있다. 포카치아(식전빵)가 먼저 식탁위에 올려진다. 이탈리아 빵으로 올리브오일, 소금을 뿌린 후 로즈마리 등을 빵 반죽에 넣고 구워 따뜻하고 촉촉하게 나왔다. 식전빵이 이리 맛있으면 어쩌라고.
 
 

뒤를 이어 바로 나온 핫케이크(意式奶酪煎饼 80元).
 
 
앙증맞은 크기로 딱 네 조각이 나온다. 리코타 치즈가 들어가 꼬소함과 부드러움이 배가 되는 훌륭한 핫케이크이지만 가격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곁들여 나온 발효 요거트에 버무려진 서양배의 아삭함이 리코타 치즈 핫케이크와 잘 어울린다. 조금만 저렴해도 두 번은 족히 시킬 맛이다.

아, 볕은 따뜻한데 바람은 차고 싸늘하다. 으스스하게 느껴진다면 락사(叻沙 105元)를 추천한다. 코코넛 향이 부드럽고 알싸한 맛이 강한 락사(Laksa). 해산물도 실하게 들어가 후루룩 후루룩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말레이시아 스타일이 아닌 상하이스타일의 락사이다.
 
 

여기엔 아기 이유식으로도 좋은 수제 니가리 연두부(新鲜豆腐 60元)가 있다.
 
 
 
니가리(にがり 苦汁/苦鹽)란 이름이 생소한데 '니가리'는 간수의 일본어로 다이어트, 아토피, 변비, 기미, 주근깨, 알레르기, 편두통, 혈당강하 등에 효험이 있고, 암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일본의 인기식품으로 천연 미네랄이 듬뿍 들어간 니가리로 만든 연두부를 말하는 것이다. 통깨를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서 연두부와 섞어 고소하고 담백한 간장소스로 간을 해서 먹음 연두부의 부드러움과 깨의 고소함만 입안에 남는다.

추울 때 먹어야 더 맛있는 튀김요리, 제철인 단호박에 커리를 섞고 바삭하게 식감을 더해주는 빵가루를 입혀 살짝 튀겨냈다(南瓜球 55元).
 
 
바삭함만 믿고 한입에 넣어다가는 뜨거움에 입천장이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맛? 맛있는 단호박 맛이다. 이곳 음식의 간이 심심하다고 느껴진다면 짭짤한 주재료의 요리를 선택하면 된다. 명란이 듬뿍 들어간 짭짜름하고 꼬소하며 깻잎이 주는 상큼함에 입맛 도는 파스타(明太子意大利面 98元).
 
 
포크에 돌돌 말아 입안에 넣는 순간, 낙엽하나가 다시 바람을 타고 식탁위로 떨어진다.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안락함의 포만감이 크다. 카페 뒤의 공원으로 나가 낙엽이랑 놀고 싶다는 아이들 덕분에 더 이상 차는 마시지 못했다. 짙게 몸에 밴 쟈스민, 생강, 계피향에 가을이 더욱 건강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일까.
 
찾아가실 때는…
싱궈루(兴国路) 91호(후난루(湖南路)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주말 야외테라스는 예약을 먼저 하세요. Tel 34060599
아침8시부터 늦은 밤 11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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