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16-10-14, 18:22:26]

학생기자 논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뇌물 수수”, “스폰서 검사”, “전관예우”… 최근 검사 조직을 둘러싼 불명예스러운 논란이다, ‘법의 수호자’라 믿었기에, 옳고 그름, 합법과 불법을 판단하는 그들이기에, 이러한 논란은 사회에 큰 파문을 몰고 오며, 검사 조직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더불어 아예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의 여론까지 들끓고 있다.

 

안타깝게도, 검사 조직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최근 뉴스의 ‘사회’ 면에는 하루가 멀다고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소식과 범법행위가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다. 판사, 국회의원, 정부 수석까지. 존경받고 존중받아야 할 그들이 개인의 탐욕 때문에 자신의 속한 조직을, 우리 사회의 신뢰관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논란을 보며, 몇 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한 편이 떠올랐다.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도시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엄석대의 권력과 그 권력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인데 엄석대가 다시 영웅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혹은 아마도 믿고 싶었던 한병태가 엄석대의 몰락의 목격하게 되는 장면이다. 책에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병태의 상실감과 실망감 그리고 허탈감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

 

최근, 혹은 꽤 오래전부터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소식은 우리 청소년들을 또 다른 한병태로 만들고 있다. 누군가에겐 영웅이고, 본보기였던 그들이기에, 그들의 ‘몰락’은 그들을 존경하고, 미래의 그들을 꿈꾸던 청소년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라의 일꾼이라는, ‘공’적인 임무를 가진 공직자들의 실망스러운 몰락은 청소년들에게 지금 어른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사회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미래에 자신들이 살아갈 사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자신의 지식이나 권력을 이용하여 법을 악용하는 어른들이 일궈놓은 터는, 또 확립해 좋은 시스템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부분의 잘못으로 전체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보다는 부분을 먼저 접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부분이 곧 전체를 대표하고, 따라서 몇몇 개인의 잘못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의 범법행위가 ‘성공’의 가치를 폄하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좋은 학벌, 직업 그리고 소득까지. ‘성공’이 가장 우선시 되어가고 있는 ‘성과 만능주의’ 사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부러움과 청소년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그러한 그들이 저지르는 위법행위는 그들이 일궈놓은 성공까지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들며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의 이면을 보여 준다. 자신보다 비교적 나은 위치의 사람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위해 사회의 시스템을 거리낌 없이 어기는 모습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까지도 상실감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의 노력을 한 번에 부정해 버리기도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세상을 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대입해서 생각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현재의 어른들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아주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청소년이기에, 자신이 그리는 직업을,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은 ‘신’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자신의 롤모델이 된 어른에 자신의 모습도 대입해보고, 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열심히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너무 크고 높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존재에게 실망했을 때의 그 배신감도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의 영웅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어른들이다. 자의적으로, 혹은 타의로 누군가의 영웅이 된 분들께 부탁드린다. 우리의 영웅이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지 말아달라. 청소년들이 또다른 ‘한병태’가 되지 않도록 부디 몰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달라.

고등부 학생기자 손예원 (NAIS 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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