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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적응'… 생존을 위한 놀라운 변화

[2009-03-09, 22:27:08] 상하이저널
1.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던 시기도 지나가고 있고

참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진행되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잠시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이미 수입해 온 물건 가격은 폭락하여 구입가격의 3분의 1이하로 떨어지고, 대금을 받아야 할 기업들도 현금이 없어 변제를 하지 못하고, order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상대방이 돈을 지급할 수 있을까 의심되어 오랜 고객에게도 외상을 주지 못하고, 환율은1:200을 훌쩍 뛰어넘어 지갑을 열기가 겁나는 상황에서, 이대로 끝나는 건가 라고 외마디 신음을 내던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아직 끝나려면 멀었겠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외부 환경이 변한 것은 아니다. 외부 환경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바로 내부 환경이 변한 것이다. 바뀐 환경에의 “적응”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2. 생활의 적응

요즘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만나면 2차를 가자고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잔 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은 듯 하다. 어떤 모임에서는 술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누군가 발동(?)을 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 저녁 먹으면서 아예 술을 먹지 말자고 하는 그룹도 있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공항에 나갈 일도 적고 술집에 갈 일도 자연스레 없어지게 된다. 자신이 비용을 모두 낼 것이 아닌 이상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서 골프 같이 치자고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지는 분위기다.

가족끼리 일주일에 한번씩은 외식을 하던 사람들도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이거나 아예 외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한다. 외식을 해도 예전같이 많이 주문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과외로 놀 시간이 없던 아이들도 과외가 줄어들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집에 돌아가니 와이프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길래 무얼 하느냐고 물으니 김장을 담그고 있다고 했다. 주변 아줌마들이 전부 김장을 집에서 담가 먹는 분위기라서 나도 한 번 해봤는데 재미있어서 앞으로는 계속 해 볼 요량이란다. 시집 와서 김장을 자기 손으로 처음 담가 본다면서…

3달 전 환율이 치솟던 시점에서 환율 1:200에 돈을 바꿔 주겠다고 하면 욕을 얻어 먹었는데, 이제는 환율 1:200을 기정사실(de facto)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근에는 환율이 230을 넘어서면서 200에 바꿔주겠다고 하면 인간성 좋다는 소리까지 듣는 분위기다.

3. 회사생활의 변화 및 적응

매년 올라가기만 하던 직원월급을 올해는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월급 올려 달라는 사람이 없다. 지인 중 한 사장님은 회사 공장에 사장 자신의 월급을 20% 깎는다는 글을 써서 회사 공장을 찍은 다음 눈에 띌만한 곳에 전부 붙여 놓았다고 한다. 효과 만점이란다. 직원들이 해고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한다.

지난 3개월 해고 관련 상담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해고가 일어나고 나서 현장에서 일어난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직원들이 해고된 동료들을 보면서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일을 해 보려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피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한다는 것’도 결국 민족성의 문제가 아닌 근무 환경의 문제였던가 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나서서 하려는 것을 보면서, 이래서 성장 및 발전을 위해서는 불황과 같은 힘든 시기가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 사장님들이 많다고 한다. 열대우림에도 가혹한 건기가 필요하고 모가 튼튼히 뿌리 내리기 위해서 논에 물빼기가 꼭 필요한 것처럼….

4. 마음가짐의 변화 및 적응

재작년 영국에 출장을 갔을 때, 살인적인 현지 물가를 접하면서 도대체 여기 사는 사람들, 특히 교민들은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생각해 보시라. 소주가 한 병에 한화 3만원 상당, 삽겹살 200그램에 한화 3만원이 넘는다면 어떨런지를.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자기가 쓰던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잘 보관했다가 중고시장에 내다 팔아 자기가 갖고 싶은 다른 물건을 사는 모습은 내가 알던 영국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달라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광화문에서 5천원 하는 된장찌개 값이 1만 2천원을 넘게 된 상하이 생활에 적응하려면 그것에 맞게 내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을 바꿔야 함을. 그렇게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법무법인 대륙 상하이사무소 최원탁 변호사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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