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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를 드는 한국 투자기업의 중국 철수

[2012-09-28, 23:46:49] 상하이저널
[최정식 칼럼]
다시 고개를 드는 한국 투자기업의 중국 철수
 
“일방 폐업 뒤 달아나 외국인 사장 찾아, 노동자 해외원정 투쟁 잇달아, 일본계 수미다 등 3곳 현지 직접 담판” 이는 신문 기사의 타이틀을 인용한 것이다. 이를 읽고서 우리는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또 외국기업의 야반도주가 발생하였구나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 기사는 1989년 12월 26일자 한겨레신문의 기사이다. 80년대 말의 한국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민주화 요구와 함께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도 드높았던 시기였고 노동자의 노동 3권이 돈독하게 보호되는 추세였다. 당시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무단철수를 감행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중국에서도 거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중국에 진출한 중소규모의 제조업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을 초래했다. 한국 본사의 원부자재 조달처 구실을 했던 중소기업들이 더욱 고달펐다. 한국 본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기업은 자금 경색이 되었고 한국 본사의 주문량도 급격히 떨어져 조업률도 현격하게 낮아졌다. 이런 중소기업은 주로 산동성 지역에 집중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임가공에 의존한 부품제조기업을 시장 밖으로 밀어냈고 이 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여 도산 위기에 처했다. 한국 본사 조차 채권자들에 의해 운명이 달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 본사에 수출해서 영업을 유지했던 중소기업은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조업을 위해 원자재를 구매한 업체에게 물품대금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제고 물량만 쌓이게 되었다. 임금체불도 있었다. 이 기업은 배가 좌초되어 침몰하듯 서서히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선장이 배를 버리고 구조선을 타고 탈주하듯 한국 투자기업에서 경영진이었던 한국인은 현지 관리자에게 기업을 맡기고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임금 체불로 근로자에게 압박받고 미지급 채무로 채권자에게 시달리다 못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경영진들이 귀국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야반도주라고 불렀다. 이들을 책임감 없고 부도덕한 기업가라고 지탄했다. 중국정부는 야반도주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럼에도 야반도주는 그치지 않았다.

금년 초부터 중국경제가 다시 어려워지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진출한 역사가 한중수교와 같이 할 정도로 오래된 기업에서도 기업 철수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장기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우이다. 이들 기업 중에서 본사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무단철수의 유혹에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무단철수, 야반도주에 대해 그저 경영진이 부도덕하고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만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지난 2008년 1월 경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진출기업 사업철수를 통해 본 청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미 4년이 지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살펴보니 시의성이 여전하다. 그만큼 중국의 청산제도는 수요자측에서 볼 때 완고하고 제도운용자측에서 볼 때 자의적이어서 많은 모순점이 있다. 아래는 전경련 발표 자료에서 중요한 점을 추려서 정리하여 보았다.

첫째 중국의 청산제도와 실무를 살펴보면 청산절차 복잡하고 처리기간이 지나치게 길다. 중국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전담부서를 두고 경제적으로 ‘One Stop Service’를 제공하지만, 사업철수는 노동, 세무, 해관, 외환, 사회보험, 토지관리 등 각 허가기관으로부터 복잡한 절차를 거처야만 가능하다. 청산기한은 청산 시작일부터 180일이지만 기간이 지연되어 90일에 한해 1회 연장하는 기한마저도 맞추지 못하고 초과한다.

둘째, 청산 업무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부재하다. 오히려 청산 업무 처리에 의도적으로 지연한다. 일부 지방정부 공무원은 상급기관이 외자기업의 사업철수에 대한 원인 분석을 요구한다고 하면서 청산업무를 뒤늦게 처리한다. 이는 상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외자기업의 사업철수에 대한 책임 추궁문제를 놓고서 방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외자기업 철수가 지방정부의 세원 감소, 취업문제 등으로 부각되어 재정 및 사회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철수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현지 공무원들의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법규상 심사비준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충설명, 자료보완 요구로 인해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법원이 파산 신청 수리를 거부하여 회사 정리 기간이 지연되고 기각하는 경우에도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대안을 찾는데 난관에 부딪친다.

셋째, 노동법이 경직되어 운용하기 힘들고, 청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청산준비를 위해서는 인력감원을 통한 비용 최소화 노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노동계약법에 따르면 인력감원은 기업파산법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생산경영의 중대한 곤란이 발생한 경우, 기타 객관적 경제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으로 제한하여 적용이 쉽지 않다. 감원 시 노동자와 협의과정에서 상당한 경제보상금 지급 부담이 발생하여 이미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보상금은 이중고로 작용한다.

요즘의 경기 하강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기업 철수도 진출과 마찬가지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중국투자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른 철수 전략을 미리 마련하여야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상하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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