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인터뷰] ‘그림에 죽고 그림에 살다’ 지우(只宇) 김영미

[2015-07-27, 15:24:52]
 
그녀의 호는 지우(只宇)다. 중국에서 오래 공부한 스승님의 친구분이 하나뿐인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현재를 의미하는 ‘지’와 우주를 뜻하는 ‘우’를 써서 만들어주셨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온 우주가 아닌 나만의 ‘소우주’를 개척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지런하게, 인간으로 열심히 유영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말한다.
윤아르떼 개인전 ‘C’est La Vie(쎄라비)’의 주인공 김영미 화가를 만났다.

동물 빌려 그려낸 인간군상
그녀의 그림에는 당나귀, 토끼, 소 등 동물들이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동물 작가, 우화 작가라고 일컫는 이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속 동물은 동물의 형상을 한 또 다른 인간이다. “내 그림에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등장하는데 인간과 동물은 별개가 아니라 ‘우리’다. 보다 직접적인 모습을 인간으로, 조금 비틀린 것은 동물로 표현한 것뿐 동물이나 인간이나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공동 운명체다. 즉 내가 동물이자 동물이 나인 셈” 나아가 “피안(彼岸)이 차안(此岸), 차안이 피안”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여기에 흔히 말하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도 비틀었다. ‘동물의 입장에서 본 세상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그림 속에는 우스꽝스러운 우리네 모습도 가감 없이 드러나있다.

크로키에 담긴 혼연일체
갤러리 한 켠에는 동물 그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 작품들이 걸려있다. 붓이 아닌 손에 물감을 묻혀 인물을 크로키한 것이다. 작가는 동물 그림과의 차이를 묻는 말에 “인간 원형 그대로를 그린 것이다. 인간 내면에 들어앉아 있는 설명할 수 없는 분노, 욕망, 흔들림 등 감정의 카테고리를 분석적으로 끌어내고 싶어 그렸다”고 답했다.
눈 앞에서 원화를 보고 있자니 그 역동적인 움직임과 감정이 힘있게 다가온다. 작가는 그 공을 모델에게 돌린다. “모델은 20여년 경력이 있는 연극배우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감정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표현해준다. 모델은 움직이고 나는 그 순간을 그리고. 공간과 모델, 내가 합일되면서 물성(物性)까지 따라주는 그 순간 누에 실 뽑듯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 그림으로 분출될 때 엑시터시를 느낀다. 이는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다.”
2주에서 한달 가량 걸린다는 두 사람의 작업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 속에서 예술가의 혼이 전해진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
25년간 그림을 그려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작가는 “예술가의 삶이라는 ‘삶 자체’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한다. 올해로 55세에 접어든 그녀는 노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삶을 완숙이라고 봤을 때 내 인생은 반숙”이라고 표현하는 그녀는 때로는 이렇게 사는 게 지리멸렬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노모에 대한 연민과 애착은 그녀가 또 다시 붓을 잡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다 인생인 것을”. 그녀의 전시회 타이틀이 쎄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였던 이유가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림 때문에 죽고 싶다가도 그림 때문에 살고 싶어진다. 그림이 없었다면 살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그녀는 “그림 그릴 때만큼은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오랜 세월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매일 붓을 드는 화가
전시회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대부분이 2015년 작품이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전시회 작품은 일부일 뿐, 올해 한 드로잉만 3~400점은 족히 넘고 페인팅도 3~40점에 달한다. 한 해의 절반을 막 넘기는 시점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 방대한 양이다. 어떻게 이 많은 것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저는 그림만 그려요”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성실히 해도 살아남지 못하는데 남들 하는 걸 다 하면서 잘 하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단다. 그러다 보니 오른쪽 어깨 인대가 파열돼 굵은 침을 맞아가며 후회하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365일 거의 매일 붓을 든다. 그렇게 김영미 작가는 오늘도 자신만의 소우주를 개척하며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그림을 그린다. 호를 지어준 분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참으로 이름에 충실한 삶이다.

김혜련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언제 먹어도 맛있는 치킨 ‘페리카나(Pelicana.. 2015.07.27
    치킨도 먹고 서비스 받고! 밤이면 더더욱 생각 나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보다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야식의 왕 치킨!! 오죽하면 치느님 소리가 나왔겠는가!?..
  • 음악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뮤직큐(MusiQ)’ 2015.07.27
    이젠 집에서도 퀄리티 높은 피아노 레슨을?! 우리의 정서발달, 감성개발, 창의력 향상을 위해 음악교육을 배운다. 캐나다 최고의 음악교육기관인 Adventus사가...
  • 中 규모이상 공업 이익 0.7% 하락 hot 2015.07.27
    올 1~6월 중국의 규모이상 공업기업의 이익이 28441.8억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다고 중국국가통계국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6..
  • 중국 네티즌 6억7천만명, 모티즌 5억9천만명 hot 2015.07.27
    중국의 네티즌 수가 올 6월말 기준 6억6800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 중 휴대폰 네티즌이 5억94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CNNIC(중국인터넷정보센터)가 23..
  • 상하이男, '서커스운전' 자랑하다 면허 취소 hot 2015.07.27
    상하이의 한 남성이 서커스 운전솜씨를 자랑하다가 운전면허를 취소당했다.27일 해방망(解放网) 보도에 의하면, 이 남성은 인터넷에 자신이 고속도로에서 비상도로를 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삼체’ 현실화? 中 연구진 18개월..
  2. 中 리샹자동차, 기대치 밑도는 실적에..
  3. 中 한국 조경태 의원 대만 총통 취임..
  4. 中 장시 초등학교서 40대 여성 칼부..
  5. 中 2023년 평균 연봉 2260만…..
  6. 中 징동닷컴 1분기 수익·순수익 모두..
  7. 바이두, 1분기 매출 성장 1%로 ‘..
  8. 2024 외국인이 좋아하는 中 브랜드..
  9. 上海 글로벌 브랜드 1호점 유치 총력..
  10. 애플도 中 가격전쟁 가세…아이폰15..

경제

  1. 中 리샹자동차, 기대치 밑도는 실적에..
  2. 中 2023년 평균 연봉 2260만…..
  3. 中 징동닷컴 1분기 수익·순수익 모두..
  4. 바이두, 1분기 매출 성장 1%로 ‘..
  5. 2024 외국인이 좋아하는 中 브랜드..
  6. 上海 글로벌 브랜드 1호점 유치 총력..
  7. 애플도 中 가격전쟁 가세…아이폰15..
  8. 中 AI 대형모델도 ‘가격 전쟁’…..
  9. 中 도시 줄줄이 선수금 인하…“주택..
  10. 2023년 GDP 1000억元 이상..

사회

  1. ‘삼체’ 현실화? 中 연구진 18개월..
  2. 中 한국 조경태 의원 대만 총통 취임..
  3. 中 장시 초등학교서 40대 여성 칼부..
  4. 中 5월 20일 검색어 1위, 사랑해..
  5. 中 타이완 포위 연합 훈련 개시… 전..
  6. “독립에서 민주로” 노래로 전하는 시..
  7. ‘버닝썬’ 승리 홍콩서 클럽 오픈?..
  8. 中 “한중일 정상회의, 3국 협력에..
  9. 상하이 첫째 출산나이 평균 31.6세..
  10. 中 스타벅스, 주문 안한 손님 내보내..

문화

  1. "책으로 만나는 특별한 상하이".....
  2. ‘파리 올림픽’ 예선전 上海서 열린다
  3. 상하이, 세계박물관의 날 맞아 135..
  4. [책읽는 상하이 240] 완벽한 공부..
  5. [신간안내] 북코리아 5월의 책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5월에 하는..
  2. [무역협회] 對中 AI 모델 수출..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눈에 보이지..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눈에 보이지..
  5. [상하이의 사랑법 13] 마음에 들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