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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때론 유치하게

[2015-12-18, 15:21:22] 상하이저널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설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최백호의 노래를 생 각없이 따라 부르던 해맑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지금 난 계절과 상관 없이 이별은 설움이다. 가을에 떠나신 어머니, 겨울에 떠나신 아버지 어느 한 부분도 계절에 빗대어 좀더 낫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이별의 추억은 나에게 설움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일주일에 반 이상은 읍내(우리 가족은 이렇게 부른다)로 나가는데 가끔 버스를 환승하는 그곳.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꼭 확인 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머리는 아무렇게 가위질을 해 들쑥날쑥이지만 옷매무새는 정갈하고 깨끗하게 차려 입고 버스가 서고 내릴 때 마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 하지만 촛점없는 눈빛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누구를 기다리느라 저리도 한결같이 저곳을 찾는지 아니면 또 무슨 상처가 있어 저렇게 정신을 놓게 되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그녀를 보며 지나치기를 몇 달 어느 날 그녀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걸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의 모습이 설움이 배 가 돼서 나에게로 왔다. 순간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잠시 나를 흔들었다. 가슴이 아리면서 눈이 붉어졌다. 순간적인 자기 감정에 빠진 건가. 차가운 바람이 서러운 오늘도 그녀는 불러온 배를 감싸고 그 자리에 있었다. 여전히 서는 버스를 무심히 바라보며….


인생은 이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 이 단어만큼 달콤한 게 있을까.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을 보라. 얼마나 유치하고 우습기도 한 행동들을 하는지 하지만 그런 사랑을 해본 이들은 그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도 남편과 연애시절 그리고 신혼시절 이런 사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겐 현실의 삶 만이 보이고 그걸 평안이라 말하기도 한다.


지난달 이웃 연우네 부부 이야기다. 마침 남편이 출장간 중에 아내의 생일이 있었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랑 모두 와서 식사하고 축하하고 서로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못내 서운한 것 같았는데 연우 엄마의 다음 이야기가 나를 옛 추억으로 몰고 갔다.


이야기인즉슨 둘은 동창인데 요즘 동창 밴드 그곳에서 한 친구가 사연 있는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고 생각지도 않게 출장 중 남편이 그곳에 자기목소리로 친구 같은 아내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멘트를 음악과 함께 띄워서 동창들의 화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살갑거나 유난스럽지 않은 두 사람이 이런 애정표현을 하다니 오랫 만에 신선하고 즐거운 웃음을 주었다. 어쩌면 사랑은 유치(?)해야 하는 것 같다. 나를 순수하게 표현하고 또 그것을 계산 없이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것 살짝 부럽기도 반성이 되기도 했다.


이제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가 저 밑바닥에 쌓여 있던 지난날의 열정과 순수함을 끄집어내 올해가 가기 전 때론 유치해 보이는 이벤트 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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