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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상하이의 더위

[2016-08-10, 16:39:52] 상하이저널

10여년 전 상하이를 여행으로 다녀간 적이 있었다. 한여름이었는데 그 때 가이드가 ‘상하이 남자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못 산다’ 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 여행은 와이탄이고 뭐고 더운 날씨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유난히 더위에 약해서 상하이에 오게 되었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이 이 더위였다.


이번 여름은 내 생에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점점 지구가 뜨거워진다고 한국도 여름이면 찜통 더위, 폭염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그래봤자 섭씨 33도, 물론 이 온도에서도 타 죽을 것 같았지만 올해 상하이의 더위는 33도의 폭염이라는 말이 가소로웠다. 말로만 들었던 섭씨 40도, 거기에 습도는 90% 이상이 3주 이상 계속되었다.

 

집 앞에 있는 슈퍼에 잠시 다녀오는 일도 고된 일이었다. 밤에도 고온이 계속되니 에어컨은 하루종일 풀 가동이고, 불 앞에서 식사 준비를 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짜증만 솟구쳤다. 중국의 어떤 일간지에는 좌판에서 계란을 팔고 있었는데, 그 알이 부화해 병아리가 나왔다고 한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더위였다.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출근하면서 ‘이런 날씨에도 현장에서는 일해’ 라고 말했다. 남편은 건설 관련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그 현장에 나간다. 50층짜리 건물을 짓는데 지금 철판을 덮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열에 데워진 철판 위는 더 덥다고 했다.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런 더위에 어떻게 밖에서 그렇게 힘든 일을…… 며칠 후에 현장 사람 너댓이 실신했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밖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더위가 아니지 않았나. 건설 현장에 오랫동안 계신 분이 해 주신 얘기가 있다.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두바이에 있는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를 지을 때 현장 인부들 중 10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호화롭고 멋있어만 보이는 세계 유명 건물의 뒤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도 묻혀있는 것이다. 남편은 그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너무 안쓰럽다고 했다. 중국 시장의 처우가 이런 인부들에게 박하기 때문에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상하이의 화려한 빌딩 뒤에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땀과 피가 같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더위에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에어컨 앞에서 편안히 있었지만 밖에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고된 일을 참아가며 묵묵하게 일하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는 물동이를 가져다 놓으시고 수건에 물을 묻혀 머리 위에 올리고 근무하고 계셨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싸움이 날 것 같은 불쾌함이 가득한데 웃으시면서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를 따라 연거푸 드신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생한다’ 하시면서 택배 아저씨의 이마에서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차가운 물을 한 병 건넌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며 표정이 밝아진다. 가게 자리가 없어 좌판을 벌인 사람도 아무리 더워도 자리를 정비하고 손님을 맞는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이 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지금은 잠시 참는 것이다.


생각이 이렇게 미치자 나의 짜증은 사치스러운 일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장보기도 모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땀이 나면 바로바로 씻어 버릴 수 있는 환경에서 더위 핑계대고 너무 게으르게, 방만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간간히 비도 오고 바람도 제법 불면서 더위에 약한 내가 참을 만한 날씨가 되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그 색채대비가 예뻐서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벌써 하늘이 높아지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한국의 여름이 특별하게 더웠다. 그 더위가 지금은 추억으로 얘기되고 있다. 언젠가는 2016년의 상하이의 여름도 추억이 될 것이다.


느릅나무(sunman5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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