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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16] 침묵의 봄 Silent Spring

[2021-08-23, 05:20:43] 상하이저널
레이첼 카슨 | 에코리브르 | 2011.12.30
레이첼 카슨 | 에코리브르 | 2011.12.30
자연의 불길한 침묵을 들은 최초의 여성이자 20세기 환경운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레이첼 카슨은 자신의 명저 <침묵의 봄>에서 침묵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카슨이 말한 ‘불길한 망령’은 엉뚱한 반향을 일으키며 그녀의 삶을 비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1962년 초판이 발행된 <침묵의 봄>은 <종의 기원>의 초기 박해만큼이나 심각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의학 전문 평론가인 윌리엄 B. 빈은 “<침묵의 봄>을 읽으면 여성과 논쟁을 벌여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여성과는 논쟁을 벌일 수 없다”고 말하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미국의 전 농무부 장관은 “왜 아이도 없는 독신녀가 유전학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라는 악의에 찬 의문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카슨의 책은 출간 전 이미 4만 부가 선계약됐다. 그 해 10월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초유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환경문제가 전 인류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 분야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슨이 말한 침묵이란 이런 것이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첫 장 ´내일을 위한 우화´에서 카슨은 농약과 제초제라는 이름으로 마구 뿌려져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독극물의 폐해를 우화의 형식을 빌어 고발한다. 그런데 그녀가 신학계와 화학업계로부터 엄청난 항의에 부딪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녀의 우화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적 지식으로 그려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섬세한 문장과 자극적인 표현으로 인해  ‘감정에 호소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히스테릭한 여성’이란 혹평을 받았다. 이를테면 과학과 경제의 발전을 단순한 여성적 감성에 의해 곡해하고 오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슨이 절실하게 응시했던 건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평범한 사실, 인간의 생산력 증대로 인해 파괴된 자연이 결국 인간을 파괴하고 말 거라는, 지금에 와서는 상식이 돼버린 사실이다. 카슨은 새들이 날고 꽃향기가 범람해야 할 자연의 봄이 독극물로 오염돼가는 것을 통해 ´불길한 망령´이 슬그머니 다가오는 침묵, 세계의 활기와 생명력을 빨아먹는 악마적인 공기를 간파했던 것이다.

이 책은 치밀한 과학적 논거와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으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저지른 인간의 잘못들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며 생태계 전반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쓰인 지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과 단순한 이론적 수치의 통계뿐만이 아닌, 인간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진한 울림을 전해준 카슨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으로 노예해방을 성사시킨 스토 여사에 곧잘 비견된다. 그러나 노융희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스토여사가 이미 공론화돼 있던 노예 문제를 국민적 양심에 호소했던 데 비해, 카슨은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고발해 국론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더 큰 찬사를 받았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문제의 각성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진실을 위해 전 세계적인 편견에 맞서 강하게 투쟁했다는 점에서 카슨은 진정한 여성 혁명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방대한 사례 분석과 진실한 영혼에 호소하는 시적인 문장, 예민한 통찰과 과감한 주장은 그녀 자신의 영혼의 절실함에서가 아니면 우러나오기 힘든 것들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불길한 망령´으로 응시한 침묵은 단순한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발언은 인간 영혼의 깊은 공동에서 메아리치는 모든 비인간적인 편견을 향한 강렬한 경종이다. 

윤성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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