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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남편 두고 중간에서 만나요”

[2021-08-26, 15:11:58] 상하이저널
-상하이와 베이징의 중간 그 어디쯤

 


바다를 보고 왔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출발이 하루만 늦었더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 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도시 간 이동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떠났고, 중간 지점의 기차역에서 무사히 반갑게 조우했다.

나에게는 10년 전 상하이 육아 동지들로 만나 지금은 인생 베프가 된 친구들이 세 명이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각자의 개성만큼 사는 곳도 달라졌다. 밴쿠버로 이민을 가거나 서울로 귀국을 하고, 베이징으로 이사를 간 친구도 있다. 베이징에 있는 친구와는 마음만 먹으면 자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2년 동안 만날 수 없었다. 유난히도 답답한 이번 여름에는 어떻게든 만나보자고 했다. 장소는 상하이와 베이징의 중간 어디쯤. 바쁜 남편들과 큰 아이들은 두고, 동갑내기 친구인 둘째 아이들만 데리고 말이다. 

여행 장소로 몇 곳이 후보에 올랐고, 웨이하이로 결정을 했다. 바다가 있고 다른 관광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딱이었다(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봉피양 웨이하이 지점도 있었다!). 
현지 호텔을 알아보고 기차표를 예매하며 불현듯 깨달았다. 그동안 이런 여행 사전 준비는 남편이 다했던 것이다. 남편이 한국 출장 중이라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많은 일이었고 확정 버튼을 누를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여행은 남편 없이 처음 하는 중국 여행이었다(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졸업여행을 제외하고). 

 


모래가 곱기로 유명한 국제해수욕장 바로 앞에 호텔을 잡았다. 수영복을 입고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해수욕을 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는 바닷가 산책로를 걷고, 오후에는 해수욕과 모래놀이를 하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밤바다의 낭만을 즐겼다. 살면서 바다는 수 차례 다녀보았지만, 바다가 좋아진 건 처음이었다. 웨이하이의 바다는 잔잔했고 깨끗했고 관광객도 많지 않아 조용했다. 바닷가 주변에 소나무 숲도 우거져 있어 꼭 한국의 안면도에 온 느낌이었다. 게다가 바로 앞에는 한국식 조개구이 집까지 있어 안 들러 볼 수가 없었다. 상하이의 절반 가격에 양은 두 배였고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조개구이가 한창 유행이었던 20년 전 언제쯤으로 돌아간 기분에 그 날 밤은 더욱 즐거웠다. 


십년지기 친구가 편한 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침 산책길에서, 저녁에 맥주 한 잔씩 앞에 두고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각자의 일상에서 생긴 마음의 생채기들도 꺼내 보이며 같이 한숨도 쉬고 위로도 주고 받았다. 언제 또 이렇게 만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시간이 더 소중했던 것 같다.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상하이에 무사히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앉자마자 코피가 주르르 흘렀다. 남편 없이 아이를 데리고 한 첫 여행이라 티는 안 내도 긴장을 많이 했었다. 여행 내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강행군을 했던 터라 피곤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잘 떠났다. 다음의 중간지점은 어디가 될지. 코피는 얼마든지 흘려도 좋으니 벌써부터 또 떠나고 싶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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