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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상하이] K-Coffee Mania

[2022-05-20, 16:11:28] 상하이저널
“니 아직도 이거 좋아하나? 옛날 생각해서 사왔는데 잘 됐다.” 

생긴 건 청담동 깍쟁이 같은데 말투는 구수한 그녀가 노랑 커피 100개를 내밀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고민 없이 챙겨 온 선물이었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달다구리 

난 정말 커피를 좋아한다.  어려서 우유는 안 마셔도 엄마 몰래 혼자만의 비율로 다방 커피를 타 마셨을 정도로 좋아했다. 커피는 꼭 세 가지 가루가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커피믹스가 처음 나온 게 1976년이고 세계 최초로 맥심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분명한 기억은, 처음 맛 본 믹스커피는 맛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커피+프리마+설탕의 조합이 기가 막혔다. 

지금은 편의점 커피도 맛있고, 편의점만큼 카페도 흔하지만 ‘나 때’는 커피 자판기가 흔했다. 황금비율의 맛있는 커피 자판기를 찾는 건 내게 즐거운 놀이중의 하나였다. 동네 커피 자판기가 어디에 있는지, 그 중 커피(와 율무차)는 어디가 맛있는지 아예 지도를 그려댈 정도로 나는 오지랖 넓은 믹스커피 홀릭이었다. 

블랙커피 시대를 지나 아메리카노가 유행을 하며 나의 믹스커피 사랑도 띄엄띄엄 거리가 멀어졌다. 점심은 저렴하게 라면을 먹더라도 커피는 입소문 근사한 카페에서 마시는 게 ‘나 때’의 커피문화였다. 내가 다시 믹스커피를 사랑하게 된 건 중국생활을 하면서이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카페에 오래 앉아있기 어려웠고 뜨거운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기도 힘들었다. 홍콩생활을 하면서는 캔 커피 MR.BROWN을 가장 좋아했다. 미스터 브라운 커피의 다양한 맛도 좋을뿐더러 육아로 피로감 쩔 때, 에너지 드링크 못지않은 카페인이 들어있어 마시고 나면 눈은 뜨고 살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다 밤이 오면 자연스럽게 꺼내 드는 노랑 믹스커피. 믹스커피 맛도 고급화 되었고 기분과 피로감과 입맛에 따라 뜨거운 물 양을 조절하고 가루를 탈탈 털어 넣으면 나만의 커피한잔이 만들어졌다. 밤에도 마셨던 이유는, 마시고도 바로 잠을 잘 수 있어서이다. 낮에는 봉다리 서너 개는 넣어서 마셔야 캔 커피 비슷한 각성효과가 느껴졌는데 카페인 함량이 원두에 비해 낮아 나처럼 카페인에 목마른 사람에겐 너무 순한 믹스커피였던 것. 

쓰고 달고 인생황금 비율

여행 책을 쓰면서 취재를 위해 상하이 근교를 뛰어 다닐 때도 나는 믹스커피를 열 댓 개씩 챙겼다. 적당히 달달해 당 충전이 가능했고 뜨거운 물은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보니 커피를 타 마시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에게 한잔씩 주면 어색해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베스트 3에 믹스커피가 들어갔던 건 정확한 통계라고 생각했다. 이건 정말 세계인의 맛이지 나만의 특이한 취향이 아닌 것이다. 상하이에 커피 바람이 불며 세계적인 원두향이 도시에 진동할 때도 열심히 커피 맛을 보러 돌아다녔다. 그리곤 집에 와서 나만의 믹스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봉쇄로 집에만 있는 요즘엔 믹스커피를 기본 세 잔씩은 마시는 거 같다. 물은 최대한 뜨겁게 하고 물 양은 조금 적게 부어야 믹스커피의 단맛과 부드러움이 한껏 살아난다. 식후에, 일을 하며, 지쳐서 당이 떨어졌을 때도, 배고픈데 먹을 게 딱히 없었을 때도 믹스커피 한잔은 곁에 있었다. 커피와 프리마와 설탕이 뒤죽박죽 섞이듯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쓴맛도 단맛도 다 안고 가는 거겠지. 믹스커피 한잔도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betty(fish7173.blognaver.com)
 

 

[상하이 최초의 다방인 东海咖啡馆, 이곳을 알았을 때 진정한 커피매니아가 된 듯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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