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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상하이 기나긴 밤을…

[2010-02-09, 17:59:36] 상하이저널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노래는 일 년 가운데 가장 밤이 긴 동짓달에 사랑하는 임을 그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외로운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황진이의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하룻밤을 남겨둔 나의 마음도 그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중국 경제의 중심인 상하이에 온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홍차오 공항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국으로 떠나가려니 6주 간의 시간이 마치 꿈만 같다.

내게 상하이의 첫 인상은 ‘젊음’이었다. 이런 생각이 좀 우스울 수도 있지만 그 동안 여러 나라를 다녀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교통질서가 지켜지지 않은 곳’일수록 그 도시는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막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질서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친구들은 나를 괴짜라 하지만, 난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하이의 이런 뒤죽박죽함에 첫 눈에 반해버렸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훅(hook)’했다고 해야 할까나?

이 뿐만이 아니다. 상하이 물가가 서울과 비슷하다고 할지언정, 특히 음식 같은 경우엔 비싼 것은 보지 못했다. 이게 웬 횡재인가. 같이 온 여자친구들과 나는 하루하루 조여가는 바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전 세계의 진미를 맛보며 그 동안 한국에서 돈 아끼느라 고생한 입에게 호강을 시켜주기도 했다.

게다가 하루하루 부딪혀가며 터득한 상하이에서의 생활 상식들은 우리 일행의 최고 안주거리로 단연 일등 이었는데, 그것들이 하도 우스워 배를 잡고 넘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중국에서는 가방을 맬 때 뒤에 매면 그건 이미 내 것이 아니고, 옆으로 매면 반만 내 것이고, 앞으로 매야지만 진정 내 것이 된다.’라는 얘기를 어떤 친구가 해주었는데, 그 말이 하도 웃겨 모두가 박장대소를 금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하이에서의 생활이 항상 좋을 수 많은 없었고, 나름의 아쉬움 점도 있었다. 바로 상하이, 아니 중국 전역에 만연한 ‘환경오염’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식 부족이었다. 상하이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주말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야경이나 보자며 진마오 빌딩에 갔는데, 멋진 야경도 야경이었지만 밤하늘에 자욱한 안개의 정체가 스모그라는 소리를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또한 쓰레기를 버릴 때 누구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모습은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친환경 성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듯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미운 정도 정이라고 비록 6주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말썽꾸러기 도시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덕지덕지 많이도 붙어 버렸나 보다. 다시금 찾고 싶고, 다시금 보고 싶다. 오늘,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하룻밤이 길고 길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유현숙(beyond-al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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