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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심리적 안전지대를 넘어서라

[2012-04-20, 09:49:46] 상하이저널
외국어 학습에서, 특히 말하기의 경우, 학습자의 대화 능력과 성격에 따라 성취도가 현저히 달라지곤 합니다. 모국어로도 말주변이 없는 사람은 외국어로도 표현력이 약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성격도 밝고 모국어로는 조리 있는 언변을 구사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제2언어 습득-학습 이론의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Krashen은 학습자의 낮은 자존감, 낮은 동기부여, 심한 긴장감이 외국어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심리적인 저항을 감정적인 여과장치, 즉 ‘affective filter”라 명명하였는데, 높은 affective filter를 가지고 있을수록 이 심리적 저항이 언어 입력을 방해하여 학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합니다. 특히 영어는 한국사람들에게 수많은 외국어 중 하나가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뛰어넘는 “절대적” 위치를 가진 언어이다보니 영어학습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부담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영어능력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과도한 가치부여가 거꾸로 학습자의 자존감과 동기를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낮은 학습성취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납니다.

통계적으로 자의식이 강해지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십대 학생들에게 높은 affective filter가 발견됩니다. 언어는 자기 표현의 수단이기 때문에 자의식과 강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자신 없는 외국어로 말을 하다 보면 의사 표현에 제한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도전 받는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인 안전지대(comfort zone)에 머물며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저항이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많은 교육학자들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인 안정지대에서는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새로움을 만나는 건 두렵고 불안한 일이지만, 그 두려움과 불안함을 만나고 도전할 때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정치가 로버트 알렌(Robert Allen) 또한 일찍이 원하는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의 안전지대 바깥에 있다(“Everything you want is just outside your comfort zone.”)며 사람들의 도전의식을 격려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스스로 안전지대를 넘어서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심리적인 안전지대를 넘어서 다소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조금씩 학습지대(learning zone)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교실과 가정에서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Affective filter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로 세분화된 단계적인 학습안, 개인의 실력 하나하나에 맞춘 교육을 제공할 수 없더라도, 학생들이 교실에서 경험하는 배움의 불편함을 이해하려는 교사의 공감과 소통력 등이 교실환경을 보다 학습자 친화적으로 바꿔줄 수 있지요. 영어 말하기 교육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강사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학생들에게 주제를 주고 무조건 말부터 시키는 것입니다. 무조건 입으로 먼저 말하게 강요하기보다는 대화식 일기를 외국어로 써본다던가, 가상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대본을 만들어보고 상황극을 해본다던가, 드라마와 대본을 보며 따라 말하거나 드라마에 나온 상황을 가지고 자기 입장으로 바꿔 말하는 연습을 하거나, 관련 표현으로 스킷(소연극)을 해보는 등 말하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흥미로운 준비훈련을 충분히 가져주면 학생들이 심리적인 안전지대에서 좀 더 자신감 있게 빠져나올 수 있겠지요.

미국의 1등 가구업계 최고 경영자이자, 작가인 막스 드프리(Max DePree)는 현재에 머물러서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We cannot become what we want to be by remaining what we are.”)고 하였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든, 다른 새로운 어떤 일을 시도하는 일이든, 사람이 하는 일에는 늘 감정과 자존감이 변수가 됩니다. 그런 감정과 자존감을 먼저 고려하는 일이 인간적인 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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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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