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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배움으로 행복한 아이들을 꿈꾸며

[2013-03-23, 11:00:00]
요즘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여행하며 추억을 쌓는 모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평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빠에게 내 아이의 생각과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직접 무언가를 계획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아빠는 참관자의 역할과,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에 제한됩니다.
 
아빠와 아이가 밤에 누워 그 날 있었던 일을 같이 떠올리며 애정과 깨달음을 쌓아가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빡빡한 여행 계획하에 진행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아이들의 체험과 배움 중심의 에피소드는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아빠들은 아이들을 재촉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다음 과제를 수행하느라 바쁠 테지요. 전자의 형식이 성공을 거둔 건, 아이들을 경험과 배움의 주체로 내 세워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교육법의 차이로 문화적 혼란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교육대학원은 경험적 학습법(Experiential Learning)과 공동체적 배움을 교육철학 면에서 굉장히 중요시 하던 곳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법을 배운다면, 이론을 교수가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교수법의 대가를 초빙합니다.
그 대가가 직접 교수법을 시연한 뒤, 학생들은 그 교수법에 따라 학습안을 만들어 학급 동료를 대상으로 그 교수법을 시연해 봅니다. 그런 뒤 그 교수법을 진행했던 교사의 입장에서, 교수법에 따라 동료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다시 떠올려보고 교수법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이해합니다. 학부 시절, 교실에 앉아 교수님이나 조교들이 도표로 쫙 정리해주신 교수법들이나 교육이론들을 외우며 시험을 대비하던 공부법과는 너무 다른 방식이었지요. 실제로 일본과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이러한 교수법에 처음에 무척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유학생의 입장에서, 시간과 금전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던 우리는 “능률적 학습”과 거리가 먼 이러한 교육철학에 대해 현실적 관점에서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수동적인 학습자의 위치에 길들여져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학창 시절, 칠판 맨 위에 지워지지 않는 하얀색 페인트로 적혀져 있었던 “학습목표” 글자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목표와 평가 중심의 수업이지요.
예전 나선형 학습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제가 일본의 교육자 사토 마나부 교수를 소개한 적 있습니다. 사토 마나부 교수는 입시 중심으로 짜여진 일본 교육의 현장을 경험적 바탕으로 하여 대안적 교육방식과 그의 실천법을 짧은 책자,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에 체계적으로 잘 녹여 내여 우리 나라 교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은 학자입니다.
우리 나라 손우정 교수도 그의 책 <배움의 공동체>에서 교육 과정이 “목표, 달성, 평가” 중심의 획일적인 계단적 학습보다는 “주제, 탐구, 표현” 중심의 양식으로 재디자인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으로 바탕으로 교실 현장은 “활동, 협동, 표현하는 배움”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학습법에 익숙한 교사들이나 학습자들에게는 아직 현실적인 괴리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교육 환경에 길들여진 대학원 동료들이 대학원 시절 느꼈던 괴리감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 합니다. “경험적 학습법”이든, “배움의 공동체” 모두 내세우고 싶은 바는 바로 “배움”은 학습자의 권리라는 점입니다. 수업시간의 활동은 교사가 열심히 떠드는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의 체험하고 표현하는 활동이어야 합니다. 교실에서의 배움도, 잘하는 모범생이나 선행학습으로 앞서간 학생을 기준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집단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깨닫고, 그룹의 생각이 아닌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실천적인 장이어야 합니다.

교실에서의 변화는 어렵더라도 가정에서의 변화는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모 프로그램처럼 같이 여행까지는 못 가더라도, 아이가 경험하여 알 수 있는 것에 대한 기회를 최대한 확장시켜주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주장할 때, 목구멍까지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찾아 이를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 등이 그런 것이겠지요. 체험과 배움으로 행복한 아이의 표정은 부모라면 모두가 꿈꾸는 일이니까요.

▷김아림(SETI 종합학원 영어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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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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