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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한국인으로 살기

[2016-12-27, 09:37:27] 상하이저널

벌써 두 달째 한국이 참 시끄럽다. 방송을 보면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현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를 조금만 공부해 보면 누구나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알게 된다. 자원도 적고 국토도 작다. 남북은 분단되어서 항상 불안하다. 강점기 시절과 전쟁으로 완전히 황폐했던 그 나라가, 해외의 원조 없이 살 수 없었던 나라가,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돕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역사를 보며 자부심을 느끼리라. 그런데 어찌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외신에서는 한국인은 원래 거짓말을 잘하고 속여서 처벌을 유야무야 미루다가 결국 피해자만 더욱 억울해지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낸다 라고 했단다.


며칠 전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아이들 친구와 놀러 갔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 모녀 사이로 보이는 네 명의 중국인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를 비웃는 소리들이었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한다면서 큰 소리로 웃고 놀리는 포즈를 취하면서. 우리는 대뜸 너희가 한 말 다 알아들었다고 얘길 했지만 그렇다고 미안해하거나 조심하는 기색이 없이 더 떠들어댔다. 나는 중국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냥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같이 간 친구는 중국 생활을 오래한 이유인지 탄식을 했다. ‘국격이 떨어지니 사람들도 이리 무시를 하는구나’ 라고.


그렇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은 우리나라 국격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는 10년 전에 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몹시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한국인을 인정해주는 눈짓과 부러워하는 표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왜 그렇지 않았겠나. 한국은 전설이 아닌가. 유럽 몇몇 나라들은 조상님 덕에 오랫동안 잘 먹고 잘 살며 얻은 자부심이지만 우리는 다 망해가는 그 끄트머리에서 기적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열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우리나라가 더 훌륭한 국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다른 선진국의 국민이 되기를 희망하거나 그것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떠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제 나와 아이들은 상해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떠난다. 남편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중국 땅에 남아있지만, 많은 중국 주재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귀국을 손꼽아 기다렸다. 상해보다 더 춥고, 건조하고 좁은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설렐 수 없다. 나도 광화문 광장에 나가 내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 내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뿐 아닐까.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엔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내가 살던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으나 우산만 보일 것 같고 기분도 썩 내키지 않아 관두었다. 정들었던 사람들의 이별 인사는 기분을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거대한 중국의 스케일, 서양과 중국의 멋이 잘 조화된 상해의 골목들, 예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치파오,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오는 샤오롱바오, 그리고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그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싶다. 잊고 싶지 않은 상해의 생활이었다.
더불어 한 해 조금 넘게 아줌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상하이저널에도 감사 드린다.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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