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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칼럼] 기다림의 황차(黄茶), 몽정황아(蒙顶黄芽)

[2023-09-11, 17:32:06] 상하이저널
[사진=저멀리 몽정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사진=몽정산 주변 계화촌(桂花村)의 아름다운 차밭]

차를 즐겨 마시는 분들에게도 황차라는 단어는 생소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전체 일년 차 생산의 0.4%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생산량은 13000톤으로 한국 전체 차 생산의 5배 가까이 되니 사실 적은 양은 아니다. 황차는 맛과 향 특징이 그리 도드라지지 않고 가격이 높은 게 단점이지만, 나름의 특색을 내세워 그 저변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황차는 녹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발명되었다. 살청(杀青) 후에 빨리 건조를 해야 녹차가 완성되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차의 주 성분인 카테킨류가 산화되어 차황소(茶黄素)가 되면서 맛이 부드러워지고 차탕은 옅은 황색이 되어 버렸다. 우롱차나 홍차와 다르게 찻잎 내의 효소가 아니라, 찻잎 내의 수분과 온도로 자동산화 현상에 의한 화학반응을 유도하는 이 공정을 민황(闷黄)이라 한다. 황차의 특징 공정으로 짧게는 몇 시간부터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사진=몽정산 위에 있는 차나무 최초 인공 재배지이자 황차원]

황차의 대표인 ‘몽정황아(蒙顶黄芽)’를 직접 보려면 먼저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까지 3시간 넘게 날아간 후 다시 1시간 반을 달려 아안시(雅安市) 명산구(名山区)에 있는 몽정산(蒙顶山)으로 가야 한다. 여기는 2000년 훨씬 전에 차나무를 사람 손으로 최초로 재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당대에서 청대까지 1000년 동안 황실에 차를 공물로 바친 지역이다. 산 정상 부근 천개사(天盖寺)라는 절과 천년 차수왕(千年茶树王), 그리고 황차원(皇茶园)이 볼거리를 더해 준다.

제대로 된 겨울 옷을 아직 입어야 하는 2월 중하순에 차 새싹이 나오면서 이 차의 생산은 시작된다. 손으로 하나하나 딴 작고 여린 싹들은 얇게 펼쳐져 밤새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을 맞는다(탄방, 摊放). 산화효소의 활성을 없애기 위해 솥에서 덖거나 증기로 찐 후에(살청, 杀青), 열기를 간직한 채로 포대기에 꽤 큰 뭉치로 싸서 몇 개를 겹쳐 놓는다. 

[사진=몽정황아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작고 여린 차싹]

[사진=황차의 핵심공정인 민황을 위해 차싹을 보자기에 싸 둔다.]

[사진=몽정황아 공정에 따른 찻잎의 변화]

아직 찻잎 내의 수분은 50%가 넘고 찻잎 온도도 50℃ 가까이 되기에 자동산화 속도는 생각보다 높다. 한 시간이 지나면 이미 노란빛이 완연하게 보인다. 민황이 골고루 되도록 가끔씩 뒤집어 주고, 온도가 너무 낮지 않도록 살짝 가열도 해 주면서 반응 속도를 조절한다. 중간에 모양 만들기도 병행하면서 2~4일동안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도한다. 찻잎에 노란 색택이 짙고 균일하게 보이며 꿀인 듯 단 향이 강하게 나면 완료 시점으로 잡는다. 천천히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 기다림의 차가 바로 황차이다. 마지막으로 건조를 하면서 향기 올리기를 해 주면 기나긴 제조 과정은 끝을 맺는다.

[사진=몽정황아 완성품]

[사진=몽정황아는 유리컵에 마시면 아름다운 차 싹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차는 고요한 새벽에 잘 어울린다. 쓰고 떫은 맛이 특히 적어 아침 공복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구수한 곡물 같은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제대로 만든 황차라면 끓는 물로 우려도 좋다. 상하이의 수돗물을 직접 쓰기 보다는 역삼투압 정수기를 통과한 물이나 농부산천 등의 경도가 낮은 생수를 사용해 보자. 황차는 상온에 보관해도 된다. 신선한 상태로 빨리 소진하는 게 최선이지만 1~2년 정도는 두면서 천천히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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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쟁이 진제형은 25년 넘는 차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茶쟁이 진제형의 중국차 공부>라는 책을 출간하고, 아내인 으라茶茶 이선혜와 함께 차 관련 동호회 운영 및 차 강좌를 통해 차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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