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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아시아 문화의 역사

[2021-05-07, 18:12:50] 상하이저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년)

지난 3월 5일,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많은 관심 속에서 세계적으로 개봉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제작사인 디즈니는 최근의 히트작인 <모아나>와 <겨울왕국>은 물론, 90년대, 나아가서 40년대부터 <라이온 킹>, <밤비> 등의 명작을 배출하며 유서 깊은 애니메이션 회사로 인정받아 왔다.

80년 남짓한 역사를 지닌 디즈니이지만, 통상적인 서구 문화를 벗어난 영화를 제작한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디즈니는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아메리카 원주민 등등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트렌드는 지금까지 이어져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개봉에 이르렀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비교적 성공적인 아시아 문화의 묘사에 속한다. 동남아시아계 캐릭터들을 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시아계 배우들을 주로 기용한 일 등등…. 영화 외적인 문제들은 존재하지만, 적어도 영화 내에서 묘사되는 음식과 무술, 인물 등은 동남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 전해진다. 예를 들어, 등장하는 드래곤의 푸르고 이질적인 외형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수 중 하나인 수룡 나가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다문화 트렌드’를 따르는 영화들이 항상 문화적으로 정확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기에 제작된 영화인 <알라딘>이 그 예시이다.

알라딘(1992년)

<알라딘>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문화권을 묘사한 디즈니 영화들의 선두주자 중 하나이다. 본래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하여 제작되고 있었지만,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걸프 전쟁과 같은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 반 이라크 정서가 만연해지자 급하게 가상의 중동 도시인 “아그라바”가 배경인 것으로 홍보되었다. 따라서 영화 제작 중에 실질적으로 참고했을 지역은 바그다드가 맞다 가정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영화 속에서 묘사된 아그라바의 풍경이 바그다드는 물론, 중동의 여타 도시와 비교하도 매우 다르다는 점에 있다. 옛날 바그다드가 야자나무와 같은 초목이 풍부하고 정원이 발달한 도시로 기록되어 있는 것과 달리, <알라딘> 속의 도시는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삭막한 곳으로 표현된다. 게다가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드러나고, 영화 내내 일관적으로 강조되는 도시 중앙의 궁전은 타지마할을 강하게 참고한 것으로 보여진다. 타지마할은 인도 북부에 위치한 건물이며, 이라크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

등장인물들의 복장과 억양에서도 고증 오류가 드러난다. 주인공을 포함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터키에서 주로 사용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이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여주인공은 헐렁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통상적인 중동의 복장이 아닌, 살이 드러나는 관능적이고 비현실적인 옷을 입고 있다. 주인공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대화할 때에 야만적이고 거친 영어 억양을 사용하며, 지나치게 커다란 코와 어두운 피부 등등, 인물들의 외형 역시 과장이 가미된다.

이렇게 <알라딘>은 아시아 전반을 한데 묶어 묘사한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의 고질적인 오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평가받는다. 물론 <알라딘>은 디즈니 영화 중 최초의 아시아권 묘사 중 하나이기에 변명의 여지가 존재한다. 차츰 아시아를 대하는 디즈니의 시선이 나아진다면, 현대에 와서는 철저한 고증을 갖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뮬란(2020년)

<알라딘>의 개봉으로부터 28년이 지난 작년 9월, 1998년에 처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의 리메이크인 2020년판 <뮬란>이 공개되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뮬란>은 28년의 세월 동안 디즈니의 편견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봉 전부터 이미 많은 위험 징조가 나타난 상태였다. 제작진이 현실성과 역사적 고증을 추구한다며 원작에 있었던 많은 만화적인 묘사들을 없앴지만, 정작 각본가들 중 아시아계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한 예시이다. “역사적 고증”을 위해 진지해진 분위기를 해치는 노래와 등장인물들을 제외했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중국 문화와 신화에 박식한 각본가를 기용하지 않은 디즈니의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개봉 후 영화 내적인 문제 역시 낱낱이 드러났다. 중국의 화목란 민가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했다는 제작진의 보장과 달리, 영화 내에서 화목란은 어릴 때부터 전투에 뛰어난데다 기를 다룰 줄 아는 초인적인 무사로 묘사된다. 이 “기” 역시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능력과 흡사한 능력처럼 다뤄진다. 화목란 이야기의 관건은 화목란이 여타 무사와 똑같은 기백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여성성 역시 중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화목란은 여성성을 중요시하거나 무기로 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이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강한 남성 무사의 아키타입만을 따른다. 이는 여성의 힘이라는 원전의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화목란에 관한 인물 묘사이지만, 동양의 봉황이 서양의 불사조에 가깝게 묘사되는 등 자잘한 문화적 오류 역시 존재한다.

새로이 만들어진 <뮬란>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문제점들은 아직 서양 미디어에서의 동양에 관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이후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확실한 개선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앞으로의 결정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디즈니는 또다시 <뮬란>에서 보여준 실수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윤재인(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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