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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여신·여왕의 날

[2024-03-08, 17:03:46] 상하이저널
 
중국의 길거리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일방적인 폭언이나 폭행을 가하는 걸 본 적이 있던가. 둘이 쌍방 대등(?)한 다툼이나 주먹질의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필자의 경험으론 그 반대의 경우는 2007년 대륙에 첫 발을 뗀 이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흥분하여 소리소리 지르고 남자는 힘없이 듣고만 있던 광경, 여자가 화내며 들고 있던 핸드백을 있는 힘껏 휘둘러 남자의 온몸을 이리저리 때리는 광경 등등... 대체 남자가 어떤 잘못을 했길래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궁금하여 멈춰서 듣고 싶었지만, 그러잖아도 불쌍한 남자에게 수치심까지 더해줄 순 없어서 못 본 척 지나치곤 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남녀 지위의 차이는 이러한 경험들에서 조금은 과장되어 기억되곤 한다. 그런데 사실 중국 남자들의 요리사 본능, ‘시집살이’에 있어 양국의 정도 차이 등 가정 내에서뿐 아니라, 업무상 만나게 되는 정부·기업 고위직 여성의 비율을 봐도 중국 여성의 지위는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전인대 대표 2977명 중 여성은 790명으로 27%이고, 중국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은 33%로 아·태 지역 평균인 31%를 초과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은 19%, 기업체 여성 임원은 16%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조사 대상 OECD 29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어제는 UN에서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중국에선 이 날을 부녀절(妇女节)이라 부른다. 여성 근로자에게 반일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가정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자녀들은 엄마에게 자필 편지 또는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여신절(女神节) 또는 여왕절(女王节)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사실 봉건시대, 특히 송, 원, 명, 청나라 때 여성의 지위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매우 열악했다. 3강 중 부위부강(‘남편이 아내의 중심’이라는 가부장적 사고방식), 남존여비, 내외유별 등의 내용이 강조되어,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큰 차별을 받았다. 송나라 때부턴 전족(裹脚)의 유행으로 여성은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함께 활동 범위와 능력을 제한받기도 했다. 

신중국 건국 후 중국 공산당은 여성해방을 당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법규 제정 등으로 여성의 권익을 보호했으며,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는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룩했다. 특히 마오쩌둥은 "여성은 하늘의 반쪽", "시대는 변했고, 남녀는 평등하게 되었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다", "하늘의 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 등 명언을 남겼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운동을 ‘페미니즘’이라 하며,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을 ‘페미니스트’라 한다. 필자가 대학 ‘여성학’ 수업에서 배운 바로는, 남성과 여성은 ‘다름’을 인정하는 ‘평등’과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페미니즘도 특정 젠더의 우위가 아닌 양성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다. 마오쩌둥이 살아 있다면, 최근 우리나라 일각에서 ‘페미니즘’의 의미를 왜곡하고 ‘페미니스트’를 폄훼하는 현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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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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