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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86] 눈 먼 자들의 도시

[2023-04-06, 18:56:12] 상하이저널
주제 사라마구 | 해냄 | 2022년 10월
주제 사라마구 | 해냄 | 2022년 10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쉽게 읽어지는 소설은 아니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할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해 지니고 있는 확신을 뒤흔드는, 아니 뿌리째 뽑아버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며 차 안에 있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눈이 먼다. 눈이 멀게 되는 이상한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되어 도시 전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가 안과를 찾아가고, 안과의사와 간호사, 안과에 있던 사람들 모두 눈이 먼다. 나라에서 눈이 먼 사람들을 신속하게 폐쇄된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하게 된다. 외관상으로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눈앞이 뿌연 우유 속 바다에 빠진 것처럼 눈이 멀게 된다.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 격리, 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의 폭력,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해 수용 조치를 내린 냉소적인 정치인, 눈먼 사람들 각자가 보여주는 이기주의, 범죄 집단을 캐리커처 한 듯한 무장 그룹, 도시에 넘치는 쓰레기 등 삽시간에 전 국민이 눈이 멀고 혼란에 빠지지만, 오직 한 명 안과의사 부인만 눈이 정상이다.

처음으로 눈이 멀어 함께 수용소에 들어간 집단이 함께 고통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며 도와가는 인간관계의 회복은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연대 의식이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눈먼 자들을 따뜻한 인간 사회로 안내하는 인간의 선한 면을 대표한다. 인간의 잔혹함, 이기심, 윤리 의식의 붕괴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웃들을 보듬는 의사의 아내가 우리 내면을 따뜻하게 회복시킨다.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사마라구의 필력에 흠뻑 빠지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저자 ‘주제 사라마구(1922~2010)’는 포르투갈 출신으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야기의 여러 장면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오버랩 되면서 소름이 돋았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어떻게 이 혼돈의 시간이 막을 내릴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인간의 연대 의식, 인류애, 사랑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허홍숙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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