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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우리 이웃

[2022-03-04, 15:15:37] 상하이저널
“딩동!”

종종걸음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옆 집 아기 엄마와 막둥이다. 양손 가득 들고 온 것을 얼른 내게 건넨다. 얼떨결에 받아 들면서 “셰셰!” 한다.

이 곳으로 이사 온지도 2년이 가까워 가는데 그 동안 옆집 사람들과는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만 주고받고 지나쳤다. 아무 때고 제대로 인사를 한 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벼르다가 구정 전 날 드디어 옆 집 초인종을 눌렀다. 덕담과 함께 한국 건강식품과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구미 젤리를 전했었다. 

그 답례인가보다. 말린 버섯과 견과류 등이 들어있는 선물세트, 쿠키, 라로우(腊肉)라고 부르는 중국식 소시지와 만두 등을 주고 갔다. 고향이 어디냐는 내 질문에 장쑤성 난징이고, 설 때는 고향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 학교에서 상하이를 벗어나지 말라는 알림이 왔기 때문이란다. 이웃이 건넨 만두 한 봉지는 바로 쪄서 먹었다. 직접 빚은 것이라는데 고기와 부추 소로 싼 만두는 간장을 따로 찍지 않아도 될 만큼 간간 했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우리집 문과 옆집 문은 기역 자로 가깝게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들고나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까지 잘 들린다. 우연히 동시에 문을 활짝 열기라도 한다면 서로 자기 집 현관에서 옆집 거실 일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베란다로 말하자면 세대 사이가 벽으로 막혀 있지 않은 오픈 형 구조이다. 그러니까 맘만 먹으면 서로의 베란다를 매우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조금 특이한 구조라는 뜻이다. 빨래를 널거나 걷어 들이다가, 화분에 물 주거나 혹은 비가 얼마나 오는지 보려고 베란다를 들락거리다 뜻하지 않게 옆 집 베란다를 보게 될 때가 있다. 이사하고 얼마 안되어 베란다에서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할아버지와 제일 처음 그렇게 목례로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이래저래 옆집에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아들 부부 그리고 터울이 꽤 지는 두 손녀, 이렇게 다섯 가족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집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우리 집 호구 분석을 마쳤겠지만. 아들 부부는 매일 출근을 하고, 할아버지는 유치원이 끝난 어린 손녀를 집에 데리고 오거나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 주거나 하면서 손녀들을 돌본다.

한 번의 왕래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복도에서 전보다 더 자주 마주치게 된 듯하고, 왠지 옆 집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 정도 외에는. 남편은 옆집 아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고, 자신은 IT계통의 일을 하고 있으며 부인은 일본식 식당을 두 군데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매일 밤 11시 넘어 들리는 옆 집 문 소리가 바로 그녀가 식당 영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임도 알게 됐다. 그 며칠 후에는 내가 복도에서 아기 엄마를 만났고, 궁금한 것은 못 참는 나의 호기심 탓에 그녀의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여기까지가 우리 집 2호실 바로 옆 3호실 이야기다. 

일주일쯤 전 이던가?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1호실에 사는 사람들과 처음 마주쳤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연배가 있는 듯한 중년의 부부였는데, 엘리베이터 1층에서 우리와 같은 층을 누르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호기심 대신 오지랖이 발동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건만 우리는 2호실에 살고 있으며 한국 사람이라고 밝혔다.

아, 그러냐고 반가워 하더니 바로 ‘당신네 물은 잘 나오느냐, 수압은 어떠냐’고 물어왔다. 이제서야 얼굴을 알게 된 셈이니 앞으로 만나면 서로 더 반갑게 안부를 묻게 될 것이다. 간혹 한국의 내 지인들은 국적이 다른 사람들과 이웃하고 사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곤 한다. 사실 한국 아파트살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서로 관심을 갖고 소소한 정을 나누며 산다면 그것이 어디이든 누구이든 사람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을 한다. 

하이디(everydayn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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