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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단상 - 그리운 선생님!

[2008-05-06, 04:00:07] 상하이저널
나에게는 잊지 못할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내가 자란 곳은 강원도 작은 산골마을 이었는데 길은 산과 작은 강을 낀 외줄기 길이었다. 거의 5리나 되는 거리를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등하교를 했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아침 조회시간에 한 분 여선생님을 소개하셨다. 감색 투피스에 마른 몸에 하얀피부 은테안경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 내게 깊게 다가왔다. 그분은 우리에게 '고전문학'을 가르치셨는데 사실 난 고전에 그다지 흥미도 없었고 물론 그 과목의 성적도 두드러지진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차갑고 냉정한 모습이 그 동안의 다른 선생님들과 차별되게 느껴졌다. 늘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내 성격도 적극적이지 못했고 그저 선생님 주위만 맴돌았다.

어려서부터 가정 형편 때문에 조부모님과 함께 지냈고 그것이 어린 마음에 자라면서 내 가슴은 늘 알 수 없는 그리움과 허전함으로 가득해서 그랬는지 조부모님, 친구들이 채워줄 수 없는 그런 가슴을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었다.


기독교 집안인 우리가정, 아버지의 악기에 대한 애정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교회봉사를 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해 겨울 성탄절을 즈음해서 나를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작은 음악회를 그곳 시골 성당에서 열기로 하셨다. 이미 방학을 했고 가족이 있는 서울로 가셔야 했던 선생님께 난 조심스럽게 초대장을 드렸다. 선생님과는 전혀 사적인 교류도 없는 나 혼자 만의 짝사랑이었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음악회 초대에 선뜻 응하셨다. 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흥분에 더욱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은 모두 전기가 끊어지고 준비한 우리들은 너무나 난감했다. 곳곳에 촛불을 켜고 갑작스런 날씨를 원망하며 기대할 수 없는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선생님께서 들어 오셨다. 그 비를 맞으며 5리 길을 걸어 오신 것이다.


그 날의 음악회, 나의 연주, 난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는다. 오직 비에 젖어 들어오시는 선생님의 그 모습 외엔…. 그런 가슴 벅찬 감동과 사랑을 경험한 이 후 선생님과 난 함께 사진도 찍고 편지도 주고 받으며 또 선생님께서 그 시절에 고민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시며 함께 장래를 이야기하곤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남편은 가끔 내게 그 때 그 곡을 연주해 주길 원하며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 때의 그 감동을 함께 즐기곤 한다. 지금도 Beethoven의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면 남다른 감회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진정한 스승이 없다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연다면 분명 스승은 있다. 그분들도 진정한 제자를 원하고 계실테니까. 만약 그 때 다가설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그 선생님도 그냥 지나치는 냉정한 한 분의 선생님일테니까.


시간이 너무나 많이 흘러갔다. 난 졸업과 동시에 그곳을 떠났고 선생님도 곧 그곳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젊은 날에 이기적인 나만의 생활에 충실하느라 선생님을 잊고 살았다. 그리운 선생님! 지금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나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고 계실 것이다. 그러면서 난 생각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진실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또 다른 보답이라고….

▷박혜정(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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