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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칼럼] 유럽에서 중국을 느끼다.

[2010-09-05, 00:28:37] 상하이저널
 
이번 여름에 식구들과 벼르고 벼르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어찌 보면 배부른 얘기 같지만, 필자의 여행 편력에 비추어 보면 첫번째 유럽여행으로 많이 늦음 감이 있는 여행이었다. 아이들 둘을 6년 터울로 낳다 보니 시기를 기다리다가 10년의 장고(?)끝에 출발지가 한국이 아닌 그것도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유럽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필자 본인은 워낙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물가 싸고 휴양시설 잘되어 있는 곳을 선호하는지라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안사람이 워낙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도 적당한 시점 같아서 무리하게 강행하게 됐다. 필자가 월급쟁이고 해외주재원 생활이란 것이 인원이 많지 않은 조직이라 기간을 무리할 수 없어 식구들이 먼저 출발해서 나중에 조인하기로 하고 아내가 딸 둘을 데리고 약간은 두려움으로 먼저 출발했다.

유럽 곳곳에서 들리는 중국어
식구들과 조인하기 위해 1주일 후 스위스항공을 타고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 그런지 중국사람들이 역시 많았다. 필자가 비행기를 타면 조심스러운 것 중 하나가 중국말 안쓰기이다. 상하이에 몇 년 살다 보니 웬만한 인사말은 중국말이 어떤 때는 더 편할 때도 있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비행기만 오르면 중국말은 잠시 마음 깊은 곳에 보관해두고 서툴기는 하지만 되도록 영어를 쓰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 승무원들에게 중국어를 쓰면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영어를 쓰면 대우받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많은 분들도 이와 같은 필자의 느낌을 공유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한국의 각 분야의 서비스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한국도 한때 서비스마인드가 정착되기 전인 경제부흥기 시점에서는 자국민에 대한 대우가 그렇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째든 취리히를 거쳐 파리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무사히 파리에 도착했다.

며칠 만에 만나는 것인데도 어찌나 반갑던지 주변사람들도 의식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이산가족처럼 와락 끌어안으니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식구들과 무사히 조인하고 다음날에 파리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가는 곳곳마다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중국사람들의 비중이 엄청 많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곳곳에서 중국말이 들려 마치 거리만 유럽이고 중국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중국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명품매장 앞의 중국인 행렬
도착 다음날, 그래도 파리까지 왔으니 얘들은 오전에 호텔에서 쉬게 하고 안사람과 한적하게 오전에 커피나 한잔할 요량으로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상제리제거리로 나섰다. 어느 명품매장 앞에 사람들이 두런두런 몰려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잠시 가는 발걸음을 멈춰서 보니 대부분 중국사람들이 아직 명품을 파는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출입문 앞에 몰려들고 있었다. 신기하기도하고 금융 관련 일을 하는 지라 어찌 상황이 전개되는 지 보려고 그 근처에 있는데 어느 중국 여자분이 오셔서 우리들에게 물건사려고 기다리는 것이냐고 물어본다.

 
단지 구경만 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안색이 환하게 변하며 그러면 자기가 물건 좀 사려고 하는데 사줄 수 있냐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필요하면 본인이 돈 주고 사면되지 이게 웬 시츄에이션인가?’하며 혹시 잘못 말려들까 하는 막연한 걱정에 적당히 거절하고 발길을 돌렸다. 나중에 상하이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그 얘기를 하니 중국인들이 명품 매장에서 1인당 사는 품목과 갯수가 제한되어 있어 나타나는 행태라며 명의를 빌며 사주면 어떤 때는 꽤 상당한 금액을 사례까지 한다고 한다. 안사람들이랑 이 얘기를 듣고 나서 부탁받았을 때 필요한 물건 대신 사주고 사례금을 받았다면 여행경비에 보탰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세계 소비영역 중심에 선 중국
어찌 되었든 파리에서 목격한 명품매장 앞의 중국인의 행렬은 이태리, 스위스를 옮겨가면서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었고, 당연히 면세점이 즐비한 공항에서는 중국인들의 빠른 발놀림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관광지마다 곳곳에서 굳이 영어나 현지어를 쓰지 않아도 중국어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들이 많아 불편함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매점에서도 어느 매장직원이 필자가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중국말로 인사말을 걸어올 정도이니 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더욱 가까이서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소비에 영역까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올라 왔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얼마 전 ‘화폐전쟁 2’가 나와서 읽으면서 서문에서 저자인 송홍빈씨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금융선진국들을 단기간에 이길 수는 없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가운데 중국이 어떻게 서있는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하여’라고 한 구절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으며,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뻗어나가고 떠오르는 중국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시점에 중국에서 이와 같은 변화의 상황을 함께 하며 지켜보고 경험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하다. 또한 이렇게 커져가고 자리잡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은 중국과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 지에 대한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혼란스럽게 갈수록 깊어져 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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