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이다. 10% 성장세가 7%대로 주저앉았으니, 중국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부풀어 오른 부동산 버블도 위태롭다. 그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이렇다.
“1999년 1월 어느 날, 베이징에서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사업을 하던 마윈(馬雲)은 전 직원 18명을 회의실로 불렀다. ‘우리는 고향 항저우(杭州)로 돌아간다. 여기는 더 이상 꿈을 키울 곳이 못 된다. 베이징에 남을지, 항저우로 갈지는 여러분 자유다. 남는 사람은 야후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겠다. 함께 간다면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월급은 500위안(당시 환율 약 7만원)밖에 못 준다. 3일 시간을 주겠다. 선택해라’. 베이징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직원들은 놀랐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3분 후 직원들은 다시 회의실로 모였다. ‘우리는 팀이다. 모두 항저우로 가기로 했다. 함께 고생하자’. 그들은 다시 낙향했고, 항저우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세웠다.”
알리바바의 창업 스토리는 무협지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손정의가 4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마윈이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 없으니 2000만 달러만 받겠다’고 배짱을 내민 것도 유명한 일화다. 마윈은 창업 아이콘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견줄 중국의 ‘IT 우상’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알리바바의 창업 스토리에 쏙 빠진다. 이달 초 방문한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의 ‘횃불(火炬)혁신창업센터’에서 만난 장웨이성(張偉勝·30)도 그중 한 명이다. 친구 6명과 스마트폰 회로 설계 회사를 설립한 그는 “지금 상황이 알리바바 창업 때보다는 좋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마윈이 했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화웨이(華爲), 쿨패드 등 스마트폰 메이커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렇게 중국 전역에 ‘알리바바 키즈(알리바바의 영광을 꿈꾸는 젊은이들)’가 자라고 있다.
정부가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일 ‘중관춘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라’고 했다. 베이징 중관춘에서 실행한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을 다른 창업센터로 확대하라는 지시였다. 바로 그날 포산의 횃불혁신창업센터는 국가급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됐다. 중관춘발(發) 창업 열기가 광둥성 포산으로, 멀리 쓰촨(四川)성 몐양(綿陽)하이테크단지 등으로 퍼져가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금융…. 중국 경제를 옥죄는 요소는 많다. 성장 모델을 ‘투자 의존형’에서 ‘소비 주도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난 전환기적 현상이다. 거기에 함몰된다면 중국 경제의 내일을 보기 어렵다. 산업 현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알리바바 키즈’는 그 흐름의 상징이다. 그들은 지금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국유기업 중심의 산업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에게 중국 경제의 내일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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