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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번 여름은

[2016-07-07, 16:47:08]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살면서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 몇가지 중 내게 특별히 와닿는 것은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와 습한 더위의 여름이다. 거기에다가 금년처럼 이별이 많을 땐 더 힘들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이민과 거리가 먼 중국생활. 정착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항상 언젠가는 떠날거라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별은 익숙하지 않고 한동안 마음을 흔들어 놓곤 한다.


상하이생활 13년차 한번도 보일러 있는 집에서 살지 않았고. 아이들도 처음부터 로컬학교,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지금껏 중국에 왔으니 이곳 현지인과 같이 맞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놈의 여름은 도대체가 적응이 안된다.


내가 잘못된 건지 아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 건지 매년 5, 6월이 되면 스멀스멀 두려움이 몰려오는데 그건 더위 때문도 아니고 문제는 태양이다. 우기라 하지만 한국처럼 장마철 얼마 동안 장대비를 보며 '아 장마구나!'하는 것도 아니고 한달 내내 질척질척 내리는 비. 햇빛을 보질 못하고 평상시도 습한 이곳이 이때는 온 도시가 젖어있고 마치 사우나실이 된 느낌이다. 집안에 여기저기 핀 곰팡이와 냄새,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말수도 줄어들고...


그날도 냉커피 한잔 앞에 놓고 게임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도 절제가 되지 않고 틈만 나면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지만 언제부터인지 게임이 나의 여가 시간 전부가 되었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내가 이렇게 도전의식(?)이 강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물론 매일 가정에서 내가 할 일들은 성실하게 잘 했지만 그 외에 식구들과 눈을 마추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이것이 더운 여름 유일한 내 취미생활이고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 또 게임하세요?"


역시 누구의 말보다 아들의 말 한마디가 엄마에겐 몇 배의 자극인 듯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요즘 아들이 집에 오면 항상 게임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무심히 한 말이었는데 갑자기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부끄러웠다. 그러고 보니 머리맡에 놓인 책은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었고 다른 어떤 것도 모두 멈춰져 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 아무튼 그 말을 계기로 그 동안 올려놓은 레벨이 잠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휴지통으로 넣었다.


며칠전 지인들과 카톡방에서 대화를 하다가 한지인이 "저는 지금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있어요. 중학교때 읽은 건데 지금 다시 읽으니 또 새로운 느낌 이네요." 그러면서 나에게 "언니는 학교 때 문학소녀 였을 것 같아요"하는 말이 나를 또 부끄럽게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중학교 때 '상록수'를 읽고 그때부터 책 읽는 재미에 빠졌었고 그땐 지금처럼 놀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특별할 것도 없이 누구나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분들은 누구나 삼중당 문고 150-200원 작은 책을 가방속에 한권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오늘 난 서고에 꽂혀있는 책 한 권을 뽑았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품' 어린 소녀의 감성을 건드렸던 오래 전의 이 글이 40년이 지난 지금 내게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 여름은 지나간 어린 시절의 감성을 다시 꺼내 보는 거야. 그땐 날씨 따위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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