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광 재개를 위해 올 여름 출시 예정인 유럽연합(EU)의 백신여권에 중국산 백신 접종 기록이 인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재신망(财新网)에 따르면, EU 집행위원은 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격리, 코로나19 핵산 검사 없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백신접종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중국,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 접종 기록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EU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코드(백신여권)’ 관련 법률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초안은 곧 유럽의회를 통과해 3개월 뒤 정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그린코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아직 접종을 맞지 않은 이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 과거 코로나19 감염자의 건강 상태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EU 집행 위원 윌바 요한손(Ylva Johansson)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그린코드는 EMA가 승인한 백신 접종 여부만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EMA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 앤 존슨 4가지 백신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EU 위원 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는 EU 회원국들이 EMA가 승인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국민에게 접종할 수는 있으나 해당 접종 기록으로는 EU 백신여권의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현재 EMA가 심사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미국 노바백스, 독일 큐어백신 세 가지로 중국산 백신은 없다.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중국산 백신을 광범위하게 도입한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13일 “EU의 이 같은 결정은 불합리하고 수치스럽다”며 “세르비아는 향후 중국, 러시아산 백신을 도입한 모든 국가들에게 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최초로 EMA 승인을 받지 않은 러시아,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대규모 도입한 헝가리도 강한 반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헝가리에서 이미 접종이 완료된 코로나 백신 중 32%가 중국 국약그룹, 러시아 스푸트니크 V인 것으로 확인됐다.
3월 15일 기준, 유럽에서는 세르비아, 헝가리, 벨라루스 세 국가가 중국 국약그룹의 백신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20개 감독기관이 중국 국약 백신 사용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9일 출시된 중국판 ‘국제여행건강증명서’에 대해 주중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중국과 국경을 넘나드는 녹색 통로를 만들기 위해 향후 중국판 백신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