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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 202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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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1954~)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해 철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 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2005년에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는 타임 ‘100대 영문 소설’로 선정되었다. 2017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안개의 땅 영국 전원 어딘가에 자리한 신비한 성(城) 같은 아름다운 학교 헤일셤. 안개 속에 가려져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 학교와 학생들의 정체를 서서히 여러 겹의 베일 벗기듯 천천히 밝혀나가는 작가의 기법은 정말 탁월하다.
슬프고 어쩌면 추할 수도 있는 사실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애절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오래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 SF 주제를 다루니 SF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정통 문학의 서정성으로 가득하다.
소설의 배경은 미래 어느 시점, 인류는 장기 이식용 클론을 생산(!)해 내는 시스템을 허용한다. 자신이 클론인 줄 모르고 인간에 의해 양육되고 교육받으며 자라는 아이들…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기 기증과 회복의 반복이다.
성장한 주인공 커플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학교의 비밀을 밝혀나간 끝에 교장 선생님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돌아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장기 교체로 암을 치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그 치료를 포기하고 희망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니?”
이 소설의 전제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기술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도처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더 많은 문제들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는데 인간사회는 이에 대한 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지, 이를 위한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와 같은 극단적인 계급별 인간 생산 공장까지는 아니므로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의 클론 문제는 보다 실용적인 간단한 일일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과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신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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