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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 너는 `'타이타이'

[2008-01-15, 00:03:03] 상하이저널
오랫동안 우리 집에서 일하던 `아이'가 자기 가게를 가지면서 우리 집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데리고 있던 `아이' 내보내고 새로운 `아이' 찾는 일이야 남들은 일 년에 몇 번씩 겪는 일이라지만 나는 몇 년을 내 사람같이 지내서인지 새로운 사람 찾는 일이 영 익숙하질 않다.

그래도 당장 불편하여 소개소에 가서 주-욱 둘러보니 제일 얼굴 하얗고 깔끔하게 생긴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염색머리는 나보다 훨씬 밝은 노란색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살짝 미소까지 보내는 것이다. `그래, 일을 잘 하든 못 하든 우선 깔끔한 사람으로 골라보자.' 하여, 그녀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밖에서 돌아와 보니 부엌에서는 도마 소리가 요란하다. 양파를 많이 써야 할 일이 있어 썰어놓으라 했더니 한창 썰고 있는 모양이다. 칼도마 소리에 내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길래 거실까지 스며든 매캐한 냄새를 맡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가 우리는 서로 기절하게 놀랐다. 그녀는 갑자기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사람에게 놀랐고, 나는 시커먼 선글라스를 쓰고 양파를 썰다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부엌에서 웬 선글라스냐고 하니 이렇게 큰 안경을 쓰면 덜 맵다며 그리 개의치 않는다.

밖의 한기를 털어버리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어 포트에 물을 올려놓으니, 자기도 마시게 좀 많이 끓이란다. 그러면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일회용 맥심 커피 하나를 꺼낸다. 사실은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오후에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자는 관계로 나는 할머니처럼 구수한 둥굴레차로 만족해야 했고, 그녀는 커피향을 풍기며 홀짝홀짝 달게도 마신다. 이 순간에는 내가 일하는 아줌마고 그녀가 사모님 같은 기분이 든다.

그녀는 멋을 위해선 귀찮은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앞집에 물건 전할 것이 있어 다녀오라 하면 옷을 갈아입느라 한참 걸린다. 집에서 일할 때는 편한 옷을 입지만 퇴근할 때는 쫘-악 빼고 나가는 것을 알지만 다른 중국`아이'들은 잠옷도 외출복처럼 입고 다니더구만 5미터 떨어진 앞 동을 가는데 뭐 그리 옷까지 갈아입고 건너가야 하는지 나로선 번잡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작업복 입고 햇빛을 보는 일은 절대 없다.

살다보니 의식 구조도 어느 부분 그녀가 앞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음식은 웬만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크다. 그래서 조금 남으면 내가 처리하든지 그것도 안 되면 일단 냉장고에 넣는다. 그런데 그녀는 음식이 남으면 대부분 버린다. 나는 뭐라 야단치고는 냉장고에 넣어 2, 3일 묵혔다가는 결국 상해서 버린다. 나는 아주 가난한 집 출신처럼 김밥 몇 덩이에 연연한 것이요, 그녀는 부자집 사모님이라 아까운 것이 별로 없다.

그뿐인가? 퇴근 무렵, 같이 집을 나설 일이 생기면 그녀는 "타이타이, 짜이찌엔!*하며 선글라스에 요즘은 긴 부츠까지 신고 전동오토바이를 부릉대며 날라 간다. 그 뒤에서 나는 청바지에 운동화 구겨 신고 나의 목적지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야 했다. 누가 아이고 누가 타이타이인지 모르겠다.

우리 한국 아줌마들이 모이면 자주 하는 말 중에 `일하는 아이는 그 집 타이타이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갓 상해에 왔을 때의 꾀죄죄한 모습은 더운 물 나오는 집에서 자주 씻으며 살다보면 때깔이 나게 마련이고, 어쩐지 오래 같이 지내서인지 얼굴이나 분위기가 비슷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요즘은 세련된 아이들도 많아서 누가 아이이고 누가 타이타이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집들도 있다. 우리들 자신이 `내가 집에 퍼져 있으면 남들이 나를 일하는 아줌마로 알아' 한다. 이러다 남편들까지 우리를 아이로 착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무자년 새해에는 나의 외모와 심덕을 가꾸는 데 좀 더 부지런히 쥐처럼 움직이며 살아야겠다.

▷포동아줌마
(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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