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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흑백 논리

[2015-04-13, 15:56:17] 상하이저널

20-30대 시절 모 아니면 도라는 딱부러지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성격이 그랬나 보다. 인문학을 좋아했음에도 이과 과목에 심취하다 보니 사회 이슈나, 사물을 바라볼 때 명확한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옳아 보이고 별 문제 없어 보였다.


집에 자주 오는 남편 후배가 있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고 동향 후배이자 동문이기도 하다. 서로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 것까지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고 힘든 시절을 함께 의지하며 보내 한마디로 막역한 사이다. 종교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전공이 많이 겹쳐 아이들이 잠든 후에도 그 후배와 함께 남편과 많은 대화를 했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20년을 알고 지내는 후배가 맞나 싶을 만큼 엇갈렸다. 아마도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기 때문이리라. 누군가와 정치를 논할 만큼 한가했던 적이 없었고 그 후배와는 정치를 논한 적이 없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갑작스레 튀어 나온 화제에 더구나 이렇게 엇갈릴 줄 몰랐다. 남편은 나와 같은 생각이지만 남의 생각을 그냥 그대로 인정한다. 갑자기 나의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이 뛰쳐 나왔다. 한 고집 하던 그 후배도지지 않았다. 나는 그의 고집과 설명이 궤변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 사건 이후로 그 후배는 한참의 기간 동안 우리 집에 발길을 끊었다. 지금에야 다시 예전의 관계를 회복했지만 그 때 이후로 정치 성향이 다른 이와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학부모 상담 중 큰 아이 영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고 사랑 많으신 싱글 미국 여선생님이셨는데 중2를 앓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띄셨나 보다. 서로 다를 때 부딪치는  건 국적과 상관이 없는지 본인 어렸을 때 가족끼리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이야기를 꺼내셨다. 미국도 같은 가보다. 두 집안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달라 그 기간만큼은 왕래도 하지 않았단다. 아이들이 자기와 다른 의견을 받아 들여져가는 과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은 혼자이든 무리 안에서든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인 내가 흑백에 고민하며 중간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사이, 뉴스를 통해 들려 오는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좌우, 동서, 남북 사방으로 쪼개지는 인상을 받는다. 해외에 살다 보니 더 잘 들리는 듯 하다. 정치에 놀아나는 현상일 수도, 경제 회복을 간절히 바라다 보니 빚어지는 극단적인 생각들일 수도 있지만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여고 시절 애독하던 수필집이 있다. 나의 앞선 세대들이 즐겨 읽던 연대 철학과 김형석 교수님의 수필들이다. 여고 시절에 읽었으니 몇 년 전인지 시간 헤아리기도 힘들다. 노교수가 흑백논리에 대해 언급하셨다.


4월 16일이 다가오며 내 마음에 또 눈물이 흐른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두 부류의 국민만 남은 듯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세월호라는 사실을 바라보는 일에 노교수는 오래 된 수필집에서 흑백은 존재하지 않다 철학자적 입장에서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하신다. 흑에 가까운 회색이냐 백에 가까운 회색이냐는 회색의 정도 차이일 뿐인 시각 차이를 가지고 낭비에 가까운 논쟁을 하고 있다 일갈한다. 이를 또한 가장 잘 이용하는 이들이 정치인들이다. 물론 동조하지 않는 분도 있으리라. 옛날의 왕이나 왕족이 있던 시절이 아닌 자유 민주주의 시대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이 그래서 감사하다.

 

명확한 사실 한 편에 서기를 좋아했던 내가 중용을 배워 가고 있다. 40대가 맞긴 맞나 보다. 어린 시절 밑바닥에 가까운 하류 사회에서 자랐다. 지금 중류 사회의 모퉁이를 차지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도 원치 않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현재 사회에 무슨 상류 사회가 있을까마는 최근 드라마에서 갑과 을의 사회를 풍자하는 드라마를 보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상류사회가 있었나 보다 싶다. 건전하게 일하며 선한 뜻을 나누며 존경과 협력을 같이 할 수 있는 이가 있는 그 곳이 상류 사회라는 이상을 가져 본다. 그 곳에는 흑백논리가 설 자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중간을 지향하는 내가 세월호 그 후, 1년을 돌아보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미안하고 슬프다. 누군가는 나의 이 모습을 중간이 아니라고 평을 하겠지만...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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