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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이의 생일파티

[2017-06-07, 15:05:07] 상하이저널

6월 첫 주는 우리 집 3호님의 생일주간이다. 3호님은 여섯 살로 올해 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한 ‘사랑둥이’ 막내이다. 아직 시계도 볼 줄 모르는 아이가 본인의 생일을 야무지게 챙기는 걸 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을 무의식에 각인하고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생일은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였다. 들뜬 마음으로 초대장을 쓰고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기다렸던 일,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고 친구들의 축하노래를 들으며 초를 불던 기억, 친구들이 돌아간 뒤 하나하나 선물을 뜯으면서 설렜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섯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 돌보는 것도 힘드셨을 텐데 엄마는 가족의 생일을 참 살뜰하게 챙기셨다. 덕분에 어린 마음에도 이 날 만큼은 내가 무척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학교 친구는 물론 동네 형님들까지 모두 다 자기 친구라서 초대하겠다는 아이와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타협을 하고 난 뒤 작은 난관에 부딪혔다. 국제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의 성대한 파티에 여러번 참석을 했던 아이가 자기도 친구들이 했던 그곳에서 파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전 주에도 반 전체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까지 함께 한 파티에서 신나게 놀고 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큰아이가 처음으로 초대장을 받아왔을 때가 생각났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중국어 주소를 들고 찾아갔던 그곳은 와이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상하이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호텔이었다. 말로만 듣던 소황제(小皇帝)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던 것이다. 일곱살 아이의 생일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전문 사회자의 지휘 아래 서커스, 마술사, 아트체험 등등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 이벤트가 4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본의 아니게 대륙의 스케일을 실감하며 적지 않은 문화충격을 받았었다. 지난 주에 만난 대만 엄마는 이런 생일 잔치를 두 마디로 정의했다.

 

"꽈이더(怪的)상하이삥(上海病)".

 

상하이에서 13년째 살고 있다는 그녀는 불과 몇년 전부터 생겨난 이상유행이라며 본인들은 집에서 오붓하게 하는 파티에 의미를 둔다고 했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큰 고집을 부리지 않았고 규모에 맞는 조촐한 파티를 열 수 있었다. 9명의 아이들과 6명의 엄마들로 북적북적한 집에서 우리 3호님은 고대하던 아이언맨 케이크에 촛불을 켰고, 친구들과 이모들의 넘치는 축하 속에서 또 한번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미리 청소를 하고 메뉴를 짜고 장을 봐서 상을 차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는 그 순간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생일을 기념해 주려고 한다. 탄생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야기해주면서 아이가 받은 큰 사랑을 마음 한곳에 자연스럽게 각인시켜주고 싶다.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마주하게 될 텐데 그 때 떠올리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곧 우리집 가장 '1호님'의 42번째 생일주간이 다가 온다. 더운 날씨와 함께 우리 집에서는 축하와 행복이 넘치는 파티가 이번 달 내내 계속 될 예정이다.

 

'모두들 태어나줘서 고마워!'

 

보리수 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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