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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밥상머리

[2017-04-21, 11:10:14] 상하이저널

세 아이의 하교 시간이 모두 5시 언저리다. 한창 크는 10대이다 보니 오자마자 다들 밥타령이다. 어렸을 때야 간식을 주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했지만 배고파 하는데다 과제물과 학원 스케줄이 있다 보니 5시가 우리 집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5-10분 차로 등교하다 보니 아침 식사 시간은 제각각이다. 한참 외모에 신경 쓰는 딸들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아침을 굶다시피 한다. 견과류 한 봉지씩을 챙겨 주며 위로 삼아 본다. 너무 늦지 않는 한 아침을 꼭 챙겨 먹는 아들도 저녁 늦게 잠든 날은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세 아이의 저녁 식사 시간은 교류의 장이다. 2살, 4살 터울임에도 해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세대 차이도 없다. 서로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있었던 이야기며 저녁 식사 내내 재잘재잘이다. 그래서 세 아이 중 누군가에게 일이 생기면 금새 알아챈다. 큰 아이와 둘째는 중2를 지나갔고 내년이면 막내가 중 2에 들어선다. 여느 아이들처럼 비슷한 감정의 폭풍과 기복, 문제들을 겪었다. 다른 것은 늘 밥상머리에서 자신의 상황을 풀어 내며 기쁨과 눈물을 함께 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꼭 새벽에 우리 4남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다. 가장 주된 화두는 여기저기 금전이 필요한 이야기였지만 두 분의 대화 중에 우리들 이야기는 반드시 있었다. 혹 내 이야기는 뭐가 나오려나 싶어 자는 척 하고 들어보곤 하였다. 그래 아이들을 키우며 세 아이 중 누군가 어려움을 겪거나 고쳐야 될 것이 있으면 은근슬쩍 우리 둘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흘러가도록, 그래서 아빠, 엄마가 자기 어려움을 알고 있노라, 이건 꼭 고쳐져야 하는데 하는 말을 흘린 적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며 밥상머리에서의 주제도 계속 바뀌었다. 큰 아이가 대입을 앞 둔 시점에서는 모든 화두가 입시였던지라 초등생이던 막내가 문과, 이과, 3년, 12년 특례 이런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건 자기 밖에 없다며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 볼맨 소리를 하기도 했다. 큰 아이가 대학 가면 둘째 위주로 식탁의 주제가 흘러갈거고 자기는 언제 차례가 오냐며 눈을 흘긴다.


큰 아이가 대학을 갔다. 막내 말처럼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다 보니 둘째의 적성에 맞춰 밥상머리에서의 대화가 진행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큰 아이는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상해 집을 많이도 그리워한다. 부모가 다 챙겨주는 집에서 먹고 마시다 빨래며, 공부며, 학사 일정까지 다 혼자 챙기는 문화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다. 학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집밥이 그립다며 먹고 싶은 걸 주워 섬기기도 한다. 이번 주가 중간고사 기간인데 하필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B형 독감이 걸렸나 보다. 상해에서만 살다시피 한 아이가 한국에 살며 처음 걸린 감기가 하필 독감이었으니. 큰 아이는 아파서인지 엄마가 해 주는 김치찌개가 제일 먹고 싶단다. 다행이도 어제부터 회복의 기미는 보이고 있다.


맘을 들여 반찬을 결정하고 준비한 밥상을 아이들은 꼭 알아본다. 반찬을 준비할 수 없어 밖에서 반찬을 사 온 날이면 꼭 한마디씩 하며 그 반찬만 남기기도 한다. 5시쯤 되니 “엄마! 오늘 반찬은 뭐에요?” 하며 아이들이 들어온다. 고등어구이, 얼가리배춧국, 감자볶음, 밤묵김가루무침…… 누군 투덜대고, 누군 빨리 달라며 아우성이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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