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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디지털 퇴거

[2023-12-18, 11:35:32] 상하이저널

중국에서 아파트 정문과 현관문을 드나들 때 쓰는 열쇠를 ‘먼진카 门禁卡’라고 부른다. 아무나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뜻에서 ‘금할 금(禁)’를 쓴다. 우리끼리 보통 ‘꼬다리’라 부른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갈 때 꼬다리가 없어도 드나들 수 있다. 새벽이나 한밤 중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면 그때는 진짜 꼬다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꼬다리가 없다. 안면인식으로 문을 연다. 2년 된 신축 아파트라 출입 통제 시스템도 새 거다. 집 현관문은 전자키라 비번이나 지문으로 열고 아파트 동 현관문과 정문은 안면인식 시스템이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 수준은 당연 세계 원탑이다. 13억 인구 얼굴로 데이터를 쌓으니 그 양을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머리모양을 바꾸어도 안경을 써도 마스크를 써도 다 인식한다. 아이폰은 못 만들어도 안면인식 기술은 아이폰의 FACE ID 보다 뛰어나다.

재입장 가능한 관광지는 안면인식으로 한다. 티켓 위변조와 타인사용을 방지할 수 있다. 배를 탈 때도 안면등록한다.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여권 들고 사진 찍어야 가능하다. 어떨 때는 티켓, 열쇠 없이 다니니 편하지만 어떨 때는 내 생체 정보는 내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거구나 생각하면 불편할 때도 있다.  


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 데 안면인식이 안 된다. 누구나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 아파트 현관에서 다른 사람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늦은 밤이라 나오거나 들어오는 사람도 없다. 아파트 정문까지 다시 씩씩거리고 돌아가 경비보고 문 열어달라고 했다. 

그다음 날도 안 된다. 어제는 시스템 에러이구나 했는데 오늘 또 안되니까 짜증이 퐁퐁 솟구친다. 다시 아파트 정문으로 볼멘 목소리로 문 열어달라고 하고 왜 시스템이 안되냐고 했더니 인증 기간이 지났대요. 뭐!라!고!

배달시킨 게 있어 출입관리 컨트롤패널(매우 허접하지만)에서 문을 열었는데 안 열린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아파트시스템의 모든 권한을 삭제했다.  

다음 날,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관리 사무소에서 출입권한을 삭제해 출퇴근하기 불편하다고. 집주인이 확인해 본 결과 2021년에 계약했을 때 기간을 2년 3개월로 했는데 보통 아파트 임대 계약 기간을 1년,2년 이런 식으로 하니까 관리사무소에서 등록할 때 계약서 만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2년으로 등록했고 만기가 지나면서 자동으로 모든 아파트 시스템 출입권한을 삭제했다. 집주인이나 내게 물어보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나는 디지털퇴거를 당했다. 

다시 등록하려고 해도 아파트 관리 사무소가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한다. 주말에서야 임대계약서하고 여권 들고 가서 다시 출입권한을 등록했다. 자기네들 맘대로 확인도 안 하고 디지털 퇴거시킨 관리사무소에 가서 항의했지만 궛등으로도 안 듣는다. 애꿎은 집주인에게 살짝 짜증 부려줬다.  아파트에 가두는 것도 자기네들 맘대로 하더니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도 자기네들 맘이다. 

나는 상하이에서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려는데 아파트 현관문을 잠근 ‘자다가 봉쇄’도 배타적, 독점적 소유,사용권 있는 내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는 ‘디지털 퇴거’도 가능한 아파트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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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 드디어 끝난 중국 제로코로나를 기록한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blog.naver.com/na17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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