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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상하이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2019-05-10, 05:41:05]

2016년 여름, 딸과 함께 낯선 상하이에서 살게 되었을 때 나는 두려웠다. 언어만 다를 뿐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겠지. 나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은 내 마음을 읽었는지, “걱정하지 마, 우리가 살 곳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라서 불편할 것 별로 없고, 보일러도 있어”라고 안심을 시켰다. 

 

하지만 나는 2주가 지나도록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더위에 딸아이 아토피가 발생할 수 있어서 꼼짝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딸아이 학교 가기 전에 영어라도 시키란다. 나는 그제서야 서둘러 학원을 알아보러 나갔지만 어디가 어딘지 몰라 어리버리할 뿐이었다.


상하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1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 무렵, 이유없이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상하이 생활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채 계속 이렇게 살게 될까 걱정이 뒤따르면서 무력감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딸 아이가 다급하게 집에 오더니 그날 도서관에 갔는데 엄마가 엄청 좋아할 것 같다고 어서 가보자고 성화였다. 

 

나는 엉겁결에 따라 나섰다. 교민들의 기증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북카페는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하고 푸근해서 정말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딸아이가 나에게 준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바로 자원 봉사 신청을 하고 시간이 되며 언제나 들려서 책을 보며 나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것이 당시 나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요 행복이었다. 

 

2년쯤 뒤 한 번 더 고비가 왔다. 딸아이에게 닥친 사춘기라는 불청객이 우리를 못살게 했던 것이다. 서로 감정 조절이 안되어 질풍노도처럼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싸우기 일쑤였다. 남편은 이유도 모르고 옆에서 한 소리 한다. 


“조그마한 초등학생하고 싸우는 엄마가 어디 있나.”
“엄마한테 대들면 혼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회초리로 맞을 줄 알아!”
딸아이한테 호통친다. 

 

딸과의 관계를 잘 풀기 위해 딸의 비위를 조금씩 맞춰 보지만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나면서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짜증이 내 가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냥 가는 대로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자. 가만히 놓아두면 제 자리로 돌아오겠지. 속은 타 들어 갔지만 둘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었다.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이었다. 

 

또다시 나를 위로해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그때 내 손을 잡아 준 것은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여행’이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고, 또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나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며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면서 달려왔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하나의 매듭을 지으며 나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 

 

"글쓰기 선생님, 학우들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하는 마음 고마움을 아는 아름다운 여인들이었습니다. 8주간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갈뫼(hui3388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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