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타오바오 부적

[2022-07-08, 23:24:53] 상하이저널
3월 이사 준비를 하며 봉쇄가 끝나면 계약을 하자고 한 것이, 세상에. 석 달이 지나서 해제가 될 줄이야. 

길어도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봉쇄가 몇 달씩 되면서 정말 몸과 마음이 지쳤다. 이사를 다시 준비하며 짐이 많은 것도 싫고 욕심나서 좋아했던 살림도 흥미를 잃고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만 갖추고 살고 싶어졌다. 이민가방 3개 정도로 네 식구 짐을 팍팍 줄이고 가볍게 이사를 했다. 난 봉쇄 시작과 함께 직장을 잃었기에 혹시 비슷한 일이 생겨도 부담을 최대한 줄일 집세와 언제든 필요한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짐이 필수였고 커다란 냉장고가 이사 조건이었다. 

이사를 하고 집 정리를 하는데 드레스 룸에 빈 공간이 생길 정도로 짐은 확실히 줄였다. 대신 냉동고와 주방 수납장에는 비상사태에 먹을 냉동식품과 라면, 즉석 밥과 통조림을 충분하게 챙겨두었다. 만일의 사태에도 마트 배송이 용이하게 홍췐루에서 3km이내에 얻은 집이라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위로하는 집들이 선물을 샀다.

언제였나. 몇 년 전 이유 없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 뚜렷한 문제는 없는데 내 마음은 우울과 상실감이 느껴지던 시기. SNS에서 알게 된 상담 닥터에게 얘기를 했더니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해보라고, 쇼핑을 하면 나아 질 거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소품, 아이들 학용품, 주방 용품을 사며 마음이 나아졌고 쇼핑도 어느 순간부터 안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진단이 생각난 건 봉쇄 해제를 맞으면서이다.  타오바오를 며칠을 들여다보며 산 물건은 시계. 작은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시계이다. 오브제로 쓰인 나뭇가지를 보는 순간 답답하지 않은 자연의 숲이 생각났고, 지붕이 없는 둥지는 갇히지 않고 살 수 있는 무한한 자유가 느껴져 좋았다. 시계를 벽에 걸고 며칠을 더 기다려 진정 원하던 것을 얻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새. 둥지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어디든 갈 수 있는 새의 날개 짓이 느껴져 좋았다. 회색 빛 벽에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시계와 나무 새를 걸고서야 비로소 해봉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사한 집은 옥상도 넓다. 누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더라도 나는 옥상에 올라 높고 높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리고 땅이 아닌 하늘을 느끼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점점 자유로워지는 상하이에서 나는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핵산검사를 해대며 열심히 걷고 있다. 

어디는 변하고 어디는 변하지 않았고, 어디는 문을 열었고 어디는 문을 닫았는지, 오래 전 살던 동네를 찾아 추억을 회상하듯이 상하이를 느끼고 있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행동이 있다면 오늘 하고 싶은 건 되도록 오늘 하자는 것. 특히 외출을 해야 한다면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타오바오는 역시 좋아.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타오바오의 세계관에 새삼 놀라며 기도빨 좋은 부적을 모으듯 소소한 푼돈 쓰며 웃고 있다. 

Betty(fish7173.blog naver.com)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허스토리 in 상하이] 봉쇄의 순기능, 새로운 행.. hot 2022.07.01
    앞으로 인류는 코로나를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뉠지 모른다. 6.25와 IMF같은 시대적 경험이 세상을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
  • [허스토리 in 상하이] 2022년 일체유심조 hot 2022.06.24
    남편이 3년 만에 출장을 간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상하게 나도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상해로 돌아오면 랜덤으로 배정된 창문도 없는 호텔방에 갇혀 2주간 감..
  • [김쌤 교육칼럼]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hot 2022.06.19
    갈래머리를 한 소녀가 산뜻한 새 옷과 흰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선다. 길에는 여기저기 웅덩이가 있다. 소녀는 자기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웅덩이를 건너간다. 소녀가 웅..
  • [허스토리 in 상하이] A.I 나오라 그래! 2022.06.16
    코로나 봉쇄가 있기 전 3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큰 아이는 집에서 5킬로 정도 떨어진 홍췐루로 운동하러 다니는데, 비가 안 오는 날엔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
  • [허스토리 in 상하이] 봉쇄(封鎖)속에 잡은 '봉.. hot 2022.06.03
    이제 여름의 들어서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송송 솟아나는 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거실에 앉아 거두어 놓은 빨래를 갠다. 네 식구의 여름 빨래는 작은 산을 이룬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상하이 노동절 황금연휴 꽃놀이·전시·..
  3. 中 올해 노동절 연휴 해외 인기 여행..
  4.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5.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페파피..
  6.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7. 팝마트, 해외 고속 성장 힘입어 1분..
  8. 베이징모터쇼 4년 만에 개막…117개..
  9.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10.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경제

  1. 中 올해 노동절 연휴 해외 인기 여행..
  2.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3. 팝마트, 해외 고속 성장 힘입어 1분..
  4. 베이징모터쇼 4년 만에 개막…117개..
  5.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6. 샤오미 SU7 출시 28일 만에 주문..
  7. 中 1분기 스마트폰 성적표, 화웨이..
  8.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9. 中 올해 노동절 하루 평균 예상 출국..
  10.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사회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페파피..
  3.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4. 한인여성회 ‘태극권’팀 상하이무술대회..
  5. ‘음악으로 만드는 행복’ 여성경제인회..
  6.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7.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8.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9.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10.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문화

  1. 한국민화협회 상하이지부 제1회 회원전..
  2. 상하이 2024 국제 플라워 쇼 개막..
  3.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
  4.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5.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6.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산행일지 1] 봄날의 ‘서호’를 거..
  2.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5.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6.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