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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말은 맛있다

[2016-04-19, 17:32:16] 상하이저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국과 중국을 강타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잘생긴 송중기와 인형같은 송혜교의 꿈같은 연애이야기가 아줌마 마음을 강타한 것 같다. 갖가지 유행어를 낳고 유행 패션을 낳았다. 송중기의 썬글라스, 송혜교의 신발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예전에는 구려서(?) 피했던 군복조차 멋스런 패션 항목이 되어 인기라고 들었다. 소개팅 인기 1순위가 군인이라고까지 한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나도 수, 목요일 티비 앞에서 부처님 미소를 한 채 본다고 한다. 남편들이 방영 시간에 지켜야 할 수칙 중 가장 중요한 ‘그 시간에 부인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라’를 충실히 지키며 도와주고는 있는데, 보면 볼수록 말도 안 되는 전개에 왜 그리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여하튼 나는 본방 사수는 물론 인터넷으로 재방, 삼방까지 보며 그(?)를 감상하는데, 중국 인터넷을 통해 보며 느낀 것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의 큰 재미 중 하나인 군대식 말투에 관한 것이다.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말, ‘~지 말입니다.’ 등의 화법이 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데 중국어 자막은 그런 말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평소 우리네 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군대식 화법이 한국인에게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로 다가왔지만, 중국어는 그 분위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중국어 선생님이 한국어의 ‘~습니다는 무슨 뜻이냐’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은 뜻이 없고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나타낼 뿐이라고 말했는데 도통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중국인에게는 그 말이 재미있게 들렸는지 중국의 가요 중에 뜻과 상관없이 모든 말에 ‘~습니다.’를 붙여 한 노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워 아이 스니다’ 같은 것이다.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안타깝게도 다른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 평가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은 참 맛있다. 다른 외국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형용사와 느낌의 다양한 표현은 그 어느 나라 말도 따라올 수 없지 않을까.


예전에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 남자랑 결혼해서 10년 동안 외국인 하나 없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국 아줌마의 민박 집에 묵은 적이 있다. 두 밤을 묵는 동안 시간 가는지 모르고 얘기하는 그녀에게 민박을 왜 하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국어를 할 수 있잖아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저는 밤을 새서 얘기하고 싶어요.’ 집 앞에 아름다운 풍광을 두고 사는 그녀이지만,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하늘빛 아래 사는 그녀이지만 우리의 모국어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절대 욕구였던 것이다. ‘우리말은 참 맛깔나지 않나요?’ 라는 내 말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언어 자부심이 강한 불어 사용자 그녀도 맞장구를 쳤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외국어를 모두 자기 식으로 바꾸어 만드는 언어 정책과 그 정신이 우리네의 것과 너무 달라 부럽기도 하다. 패션지를 읽으면 당최 무슨 뜻인지 모르는 ‘비비드한 컬러와 아방가르드의 스피릿이 엿보이는’식의 문장이 짜증나는 것이다. 그러나 누리끼리 한 호박죽의 들척지근한 맛을 표현 할 수 있는 우리말은 역시 맛있다. 프랑스에 사는 그녀가 나더러 ‘당신도 외국에 사니 우리말 하고 싶어 죽겠죠’ 라고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말만 더 열심히 하고 산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생존 중국어만 조금 알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는 이 환경이 복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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