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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사

[2016-10-13, 10:58:55] 상하이저널

올 2월 우리 가족은10년가까이 살던 한인타운을 떠나 근처 로컬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큰아이가 다닐 학교와 담 하나 사이로 있는 아파트였고, 무엇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곳이어서 바로 계약을 했다. 시세보다 저렴할 땐 다 이유가 있는 법.  1층이고, 20년전에 지은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집이었다.


1층 화원 딸린 집에 살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딱 맞는 집을 찾긴 했는데, 낡아도 너무 낡아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집세가 우리에게 딱 맞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층이면 당연히 많을 곤충과 해충에 대비해 해충퇴치업체를 불러 약도 싹 뿌리고, 너무 낡은 세면대랑 욕조는 교체하고, 필요 없는 가구는 치워버리고 나니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4월이 다 지나갈 무렵 집안에 날파리 같은 것이 하나 둘 날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처음 보는 곤충이었다. 모양은 개미인데 날개가 달린 것이 아닌가! 사진을 찍어 해충업체 연락을 했더니, 흰개미라는 답변과 함께 흰개미는 취급하지 않으니 흰개미 전문업체를 찾으라는 것이다. 흰색도 아닌데 왜 흰개미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가 한국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사람한테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집안의 모든 나무를 갉아먹어 결국 집을 망쳐버리게 하는 어머무시한 해충이었다. 흰개미는 나라에서도 관리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길 했더니 얼른 집주인한테 얘기해서 퇴치하라고 한다. 흰개미에 대한 집주인의 인식도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뿌리는 해충약을 한 통 사와서 주고 갔다. 한 마리씩 나오던 흰개미가 날이 따뜻해진 어느 날 급기야 떼로 몰려 나오더니 순식간에 방 하나가 온통 흰 개미떼들로 뒤덮였다.


주인도 드디어 흰개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기 저기 알아보더니, 동네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방역사업부가 있다는 얘길 듣고 그곳에서 전문가들을 데리고 왔다. 남여 2인1조로 구성된 전문가 두명이 공사장에서 쓰는 큰 전기드릴과 농약통같이 생긴 큰 통을 들고 와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이미 흰개미가 바닥 아래 목조구조물을 많이 갉아먹은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흰개미는 막 태어났을 때부터 유년기까지 흰색을 띠고, 이때는 몸에 날개도 없고, 몸체가 흰색일 때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고 한다. 몸체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날개가 생기면 죽을 때가 다 되어서 햇빛을 쫓아 밖으로 나와 죽는 거라고 한다. 이미 날개가 달려 나온 개미는 가만히 놔둬도 혼자 죽는다.


전기드릴로 흰개미가 있을법한 마루바닥과 문틀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약을 흘려 내려 보내는 것이 흰개미를 퇴치하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흰개미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사방팔방에 구멍을 뚫고 약을 치기를 두차례 정도 하니 더 이상 흰개미가 나오지 않았다. 정말 퇴치가 다 된 건지, 아님 날씨 때문인지는 내년 봄이 되어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아무튼 난 흰개미를 퇴치했다고 믿는다.


이렇게 흰개미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한 나는 ‘이제 내가 못살 곳은 없다!’라고 외치며 슬슬 정을 붙이고 살아 갈 무렵….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복병이 찾아왔다. 5월에 접어드니 아파트 주변에 꽃가루가 하나 둘씩 날리더니 5월중순부터는 함박눈이 쏟아지듯 꽃가루가 날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꽃가루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흰개미까진 어떻게 했는데…  꽃가루는… 저 나무들을 내가 다 베어야 하나?’
이 전쟁에선 도무지 승리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꽃가루에 무릎을 꿇기엔 그 동안 이 집을 위해 들인 공이 너무나 아깝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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