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항생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항생제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맹신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항생제는 독일까 복일까. 항생제가 개발된 후 의료의 역사는 한번의 큰 도약을 했다. 죽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약으로 살아나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보게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항생제는 없어서는 안될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모든 병의 해결책은 아니다.
COVID-19이 우리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는데 그 중 긍정적인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르며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은 항생제가 아닌 인간의 면역 자체이다. “우리 애는 항생제를 먹어야 나아요” 라고 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언제나 맞는 말은 아니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다. 왜 그럴까? 보통 우리가 아는 감기의 시작은 바이러스성이 대부분이다. 세균성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감기가 오래가거나 지속되는 화농성 콧물 (급성 시기의 누런 콧물은 항생제 사용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고열 등의 증상이 보이면 진찰과 검사를 시행하고 그에 맞는 항생제 사용을 고려한다. 그 근거는 바이러스성 감염에 대한 중이염 (감기 걸린 소아의 약 5~30%에서 합병)이나 부비동염 (감기 걸린 소아의 5~13%에서 합병), 폐렴 등 2차 세균성 감염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2차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높은 소아가 있을 수가 있다는 것에서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호흡기감염 외에 다른 감염에 대해서는 어떨까? 증상 및 소변검사 결과 요로감염이 의심이 되는 경우 항생제 사용이 필수적이다.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면 발열의 증상은 빠르게 호전되지만 증상의 호전으로 항생제를 끊는 것이 아니고 의사의 계획에 따라 정해진 기간동안 충분히 항생제를 쓰도록 한다. 또 다른 부위의 대표적인 감염으로는 장염이 있다. 장염 또한 바이러스성도 있고 세균성도 있지만 세균성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건강상태 및 증상에 따라 보존적 치료만 할지 항생제를 사용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항생제 사용유무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환자에 따라, 질병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그 판단 하에 항생제 사용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항생제를 쓰면 내성균의 발생 가능성을 높여 항생제에 효과가 없는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는 이로운 균들도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흔히들 복용하는 유산균이 그것이다.
이러한 미생물들의 역할은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최근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항생제는 이러한 이로운 균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하여 흔하게는 장의 정상 상재 균수를 줄여 설사를 일으키며 심하게는 다른 균이나 곰팡이 등의 감염을 생기게 한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항생제는 남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의사의 판단 하에 제대로, 맞는 기간동안, 맞는 용량을 쓸 때 여전히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자후이국제병원 소아과 전문의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