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우리말 이야기⑩] 자유로와지다?

[2016-03-04, 16:27:42] 상하이저널

[우리말 이야기⑩]
자유로와지다?


지난주에 ‘푸르다-푸르르다’를 다루다 보니 또 떠오르는 게 있어 덧붙여 봅니다.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거의 오십 년쯤 전인 1960년대 중반, 배호에 앞서 나이 서른을 못 채우고 요절한 가수 차중락이 불러 한창 인기를 끈 이 노래,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차중락은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번안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더 유명하지만, 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처음 들은 이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무척 좋아합니다.

 

다시 십여 년 뒤인 1970년대, 윤수일이라는 가수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 모습이 아름다워…….”

 

‘외로워’나 ‘아름다워’는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의 맞춤법에는 어긋난 표기였습니다. 1989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ㅂ’불규칙용언의 경우 모음조화 규칙에 따라 ‘외로와’나 ‘아름다와’로 쓰는 것이 바른 표기법이었거든요. 저는 대학 시절, 유명한 가수들이 이렇게 맞춤법을 파괴하는 것에 분개하여 신문에 투고한 적도 있습니다.

 

또 다시 십여 년 후인 1989년, 그 오십여 년 전인 일제 때 처음 제정된 이후 거의 손대지 않고 있던 한글맞춤법을 크게 손질하면서, 실제 언어생활과 동떨어진 표현과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뀐 표현들을 현실에 맞춰 뜯어고치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 사람들이 바른(?) 표기법을 외면한 채 모음조화가 파괴된 ‘외로워’와 ‘아름다워’로 발음하는 점을 고려하여, 바뀐 맞춤법에서는 아예 ‘~와’ 대신 ‘~워’로 쓰도록 했습니다. 다만, 어간이 한 음절인 ‘곱다’와 ‘돕다’ 두 단어만 ‘고와’, ‘도와’로 쓰는 것을 허용했지요. '작은 일'에 분개했던 저는 무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과감하게 시대를 앞서 갔던(!) 가수들과는 달리,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얼마 전, 요즘 꽤 유명하다는 어느 젊은 문인의 글을 읽다 보니 이런 표현이 눈에 띄더군요. “자유로와지기 위하여…….” 그 친구의 글을 주욱 살펴보니 다른 데서도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문인이라면 최소한의 맞춤법 지식을 갖추려 애써야겠지요. 무식해서 틀린 것과 ‘창조적 파괴’는 뚜렷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긴 상당수 문인들이 시시껄렁한 맞춤법 따위에는 무관심한 편이니,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편집자를 탓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관광객, 인니 화산섬에서 사진 찍..
  2.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3. 코리아 OHM, 中Sunny Tren..
  4. 中 위안부 피해자 자녀, 처음으로 중..
  5. 민항문화공원 표지판 "왜 한국어는 없..
  6. 화웨이, 中 스마트폰서 다시 정상 궤..
  7. 징동 창업주 류창동, AI로 라이브커..
  8. 중국 MZ들 '역겨운’ 출근복 유행..
  9. 하이디라오, ‘숙제 도우미’ 서비스..
  10.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경제

  1. 코리아 OHM, 中Sunny Tren..
  2. 화웨이, 中 스마트폰서 다시 정상 궤..
  3. 징동 창업주 류창동, AI로 라이브커..
  4.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5. 中 올해 노동절 연휴 해외 인기 여행..
  6. 로레알, “중국의 다음은 중국” 대중..
  7. 中 1분기 항공 여객 수송량 1억 8..
  8. 샤오미 SU7 출시 28일 만에 주문..
  9. 베이징모터쇼 4년 만에 개막…117개..
  10. 팝마트, 해외 고속 성장 힘입어 1분..

사회

  1. 中 관광객, 인니 화산섬에서 사진 찍..
  2.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3. 中 위안부 피해자 자녀, 처음으로 중..
  4. 민항문화공원 표지판 "왜 한국어는 없..
  5. 하이디라오, ‘숙제 도우미’ 서비스..
  6.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페파피..
  7. 中 상하이·베이징 등 호텔 체크인 시..
  8. 상하이 최초 24시간 도서관 ‘평화..
  9.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10. [한인여성회 ‘태극권’팀 상하이무술대..

문화

  1. 상하이화동한인여성경제인회 '幸福之诺'..
  2. 상하이한국문화원, ‘여성’ 주제로 음..
  3. 장선영 작가 두번째 여정 ‘Trace..
  4. 상하이 2024 국제 플라워 쇼 개막..
  5. 한국민화협회 상하이지부 제1회 회원전..
  6.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
  7.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8.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오피니언

  1.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2. [델타 건강칼럼] OO줄이면 나타나는..
  3. [산행일지 1] 봄날의 ‘서호’를 거..
  4. [무역협회] 美의 차별에 맞서, '법..
  5.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6.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7.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8.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9.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10.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