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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벌써 일년

[2023-06-02, 22:09:20] 상하이저널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시간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하고픈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정신 차려 보면 또 오늘 밤이다. 이번에 상하이로 부임해 온지 벌써 1년 4개월이 후루룩 지났다. 

지난해 1월 24일에 입국하자마자 코로나로 3주간 호텔 격리를 하고, 2달간 집에 갇혀 상하이 대봉쇄를 겪고, 1년 내내 회사, 공원 등 모든 공공장소 출입 시 휴대폰 앱 스캔, 2-3일에 한번씩 코로나 핵산검사 및 자가항원검사에, 섣불리 타 지역에 갔다가 급작스런 방역정책 때문에 그 지역에 갇혀 귀가하지 못할까 봐 관할지역 출장도 없었다. 간신히 중국 유관기관과 잡힌 사업이나 우리 진출기업들과 잡힌 회의들은 준비 다 해놓고 취소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1년을 보내버려서인지 대부분의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온 지금 더더욱 1분 1초가 소중하다. 

살아남은 우리 동지들(?)

코로나19가 앗아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살아남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고민’이라는 건 배부른 소리임을 안다. 그래도, 지난해 3월 말에서 5월 말까지 상하이에서, 21세기에 겪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겪어내고 살아남은 우리 동지(?)들끼리는, “상하이 봉쇄를 안 겪었으면 말을 하지 마”라거나, “봉쇄를 안 겪은 사람은 진정한 중국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가끔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려보는 작은 사치(?)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작년 3월 말, 4일만 봉쇄하겠다 해서 딴엔 넉넉히 2주 정도 분량의 식량과 생활용품을 준비했었는데, 마치 오늘 줄게 내일 줄게 계속 미루다가 나중에는 아예 쓱 입 닦아 버리는 악성 채무자처럼 봉쇄는 기약없이 늘어져만 갔다. 4월 한 달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갔고, 그 상태에서 식량은 같은 아파트 동 사람들끼리 위챗 대화방에서 공동구매를 하거나, 취(區) 정부에서 배급해 줬다. 

배급품의 횟수와 품질도 천차만별이었다. 우리 동네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지 않아서 봉쇄 기간 한국 식품 등의 공동구매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지만, 대신 배급 횟수가 15회 이상이었고 종류도 다양, 품질도 참을 만했다. 소문에 의하면 우리 취(区)에 상하이 시 고위인사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중엔 배급품 수령이 반가움보다는 실망이었다. ‘얼마나 더 가둬 두려고 또 배급을 해 주나’ 싶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나의 2022년 봄

봉쇄 초기엔 식량 구하기가 힘들어, 하루 종일 같은 동 주민들의 위챗 대화방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봤다. 혹시 내가 필요한 물자의 공구가 올라오나 해서다. 우리 회사는 봉쇄 기간에도 열심히 자료를 만들며 재택근무를 했는데, 오전 근무 마치고 점심시간에 대화방을 확인하면 이미 수백 수천 개의 메시지가 올라가 있어서, 그걸 또 하나하나 다 확인하느라 눈이 아팠고, 대화방에 중국인들이 쓰는 최신 유행어나 줄임말이 올라오면 그게 뭘까 추리해 내느라 또 너무 괴로웠다. 

5월이 되자,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산책은 허용이 되었다. 마치 독방에만 갇혀있어야 했던 억울한 죄수에게 감옥 뜰에서의 산책까진 허용해 주는 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감사했다. 공구 시스템도 자리를 잡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해졌다. 자유가 박탈된 5월의 하늘은 심하게 예뻤다. 겨울 옷, 기껏 얇아야 초봄 옷을 입은 상태에서 봉쇄가 되었는데, 봉쇄가 해제되고 나니 6월 여름이었다. 잃어버린 나의 2022년 봄.  


코로나에 막힌 이삿짐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1월에 보낸 이삿짐이 코로나로 물류가 막힌 탓에 5개월 만인 6월 25일에야 도착했던 것. 봉쇄가 해제되고도 몇 주 후에 받은 이삿짐을 다 정리하고 나니 한국을 떠난 지 반 년이 지나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부임지인 상하이에 정착하는데 반년이나 걸린 것이다. 봉쇄 2달 동안 두꺼운 옷으로 상하이의 때로는 과하게 따뜻(?)한 봄을 버텼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부에서 물자를 주면 뭐하나, 집에 조리용 칼이 없었다. 이삿짐이 금방 도착할 줄 알고 사지 않고 버텼는데 봉쇄가 돼 버린 것이다. 있는 칼이라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밖에 안 되는 스위스아미 브랜드의 휴대용 미니 칼·가위·병따개 세트였다. 취 정부에서 대륙의 스케일을 발휘하여 보내준 듣도보도 못한 거대한 채소나, 칼질 안 된 닭 한 마리 같은 것들은 칼이 없는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봉쇄와 해제, 순응하는 시민들

대봉쇄 기간 중에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5월 말이 되자, 갑자기 6월 초부터 봉쇄가 해제된다는 통지가 내려왔다. 나는 상하이 대봉쇄를 겪으며 3번 놀랐다고 말하곤 한다. 

한번은 4일간 봉쇄한다고 해놓고 수천 만명 상하이 시민을 기약도 없이 두 달이나 가둬 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 전 통보로 한번에 봉쇄가 해제된 것에 놀랐으며, 마지막은 봉쇄와 해제, 그리고 코로나 방역 통제와 해제가 갑자기 ‘홱홱’ 뒤집어지는데도 시민들이 별다른 동요없이 아무 일도 아닌 듯 순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봉쇄하고 통제할 때는 세상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취급하다가, 동일한 바이러스에 대해 ‘별 것 아니’라며 급작스럽게 방역해제를 하는데도 ‘그러려니’ 하던 그들….

장하다 우리들!

그렇게도 태양을 만끽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던 상하이의 찬란한 5월이 올해에도 지나가고 이제 6월이다. 기약 없는 옥살이의 좌절과 절망이 언제 일이었나 싶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일년 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 2001년 발표한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이다. ‘봉쇄’는, 이 노래의 서정적 가사와는 달리, 그 때 그 시절 상하이를 살았던 우리에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래도 ‘벌써 일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우리들은 생각보다 ‘괜찮아졌고’, ‘다시 시작’했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장하다 우리들!
(한국무역신문 기고문에서 발췌 및 수정)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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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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